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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 리포트] 한국에 살고 싶어요‥이상한 철새들 급증

[기후환경 리포트] 한국에 살고 싶어요‥이상한 철새들 급증
입력 2022-08-05 07:40 | 수정 2022-08-05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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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기후환경리포트 시간입니다.

    현인아 기자 나와있습니다.

    오늘은 이상한 철새들 얘기를 취재하셨다고요?

    ◀ 기자 ▶

    네. 우리나라를 좋아하는 철새들이 있는데요.

    우리나라를 너무 좋아하다 못해서 힘든 철새 생활을 그만두고 아예 여기서 정착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 앵커 ▶

    어떤 새들인지 궁금해지네요.

    지금 보고 있는 이 새들인가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민물가마우지라는 철새인데요.

    원래는 시베리아와 중국 북부에서 추운 겨울을 피해 내려오는 겨울 철새입니다.

    그런데 겨울이 끝났는데도 안 돌아가고 있습니다.

    현장으로 가 보시죠.

    ◀ 리포트 ▶

    대전 대청호 가운데 자리한 무인도 고래섬입니다.

    나뭇가지에 새까만 새들이 떼지어 앉아 있습니다.

    검은 몸에 노란색 부리를 가진 철새 민물가마우지입니다.

    가마우지가 사는 숲은 어디든 이런 모습입니다.

    나무는 앙상하게 변하고 잎과 줄기는 흰색으로 변하며 고사하는 백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경호/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가지를 꺾기로 하고 둥지에 장애가 되니까 (가지를) 많이 제거합니다. 그래서 앙상한 가지들만 보이게 되는 거죠. 거기에 배설물까지 묻으면서 하얗게 보이게 되는 겁니다."

    이 주변에 자리 잡은 가마우지 떼는 1천4백여 마리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지난달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으면서 그 수가 불어나 지금은 2천 마리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가마우지가 싸는 똥은 요산 성분이 많아 나무를 말라 죽게 합니다.

    나무가 죽어가는 곳에서는 땅도 병들고 있습니다.

    이곳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팔당호.

    수많은 가마우지가 물 위를 날거나 헤엄치고 있습니다.

    언뜻 봐도 수백 마리가 넘는 가마우지가 노닐고 있습니다.

    가마우지 떼가 머무는 작은 섬 (족자섬) 을 하늘에서 촬영했습니다.

    강변에 접한 곳에 있는 숲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아직 푸른 나무들에서도 서서히 백화 현상이 확산 되고 있습니다.

    고사한 나무 중 일부는 쓰러졌습니다.

    나무가 쓰러진 자리 주변에는 토사가 무너지고 흙이 드러났습니다.

    ◀ 앵커 ▶

    가마우지가 정말 많군요.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가마우지가 있는 건가요?

    ◀ 기자 ▶

    네. 국립생물자원관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요.

    1999년에는 260마리 수준이었는데 지난해는 2만 마리가 넘었고요.

    가장 최근 조사에서는 3만 마리가 넘었습니다.

    조사를 시작한 이후 3만 마리가 넘는 가마우지가 관찰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 앵커 ▶

    119배, 그러니까 가마우지가 100배나 넘게 늘어난 거네요.

    ◀ 기자 ▶

    그렇습니다.

    특히 지난해 그 수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곳곳에서 가마우지가 숲을 고사시키는 것뿐 아니라 사람들, 특히 어민들과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다음 현장 보시죠.

    ◀ 리포트 ▶

    강원도 원주시 섬강입니다.

    이곳에서 고기를 잡는 어민들이 고기잡이 통발을 거두기 시작합니다.

    [함귀문/어민]
    "여기도 없네"

    삼십여 개의 통발을 하나하나 열어보지만 내다 팔 수 있는 물고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민들은 이게 다 주변에 출현한 가마우지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가마우지는 물속으로 잠수해 고기를 잡습니다.

    가마우지 한 마리가 하루에 먹는 양은 500g에서 1kg 정도로 추정됩니다.

    [한진규/전국내수면어로어업연합회장]
    "(가마우지가) 1천 마리가 하루 먹어치우는 양이 7백g만 최저로 잡아도 1달이면 21t이라는 수산 자원이 고갈되는 거죠."

    가마우지가 급증한 원인은 뭘까요?

    이 새들은 수심이 깊은 물과 호수를 좋아합니다.

    충분한 수심의 물이 있어야 물고기를 사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시베리아와 중국 북부가 고향인 가마우지가 급증한 원인을 달라진 환경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최창용 / 서울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4대강 사업과 같이 수심을 늘리고 유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강을 관리하다 보니까 민물가마우지가 사냥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굉장히 좋아지게 된 겁니다."

    가마우지의 고향인 시베리아의 서식 환경 악화나 기후변화도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지만 조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전국에서 민원이 빗발치자 환경부는 이달 중순 처음으로 가마우지 개체수 조절 지침을 내놨습니다.

    [김미연/환경부 생물다양성과]
    "비살생적인 방법을 먼저 적용을 해서 그 적용 효과를 살펴본 후에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 앵커 ▶

    비살생적인 방법을 써서 수를 줄인다고 하는데 비살생적 방법이 뭐죠?

    ◀ 기자 ▶

    네. 한 마디로 가마우지를 귀찮게 해서 다른 곳으로 가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둥지를 제거한다거나 공포탄으로 쫒는 방법 등이 있겠죠.

    그렇게 해도 안 된다면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포획하겠다고 합니다.

    ◀ 앵커 ▶

    포획한다는 건 죽일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가마우지를 죽이지 않고 문제가 잘 해결됐으면 좋겠네요.

    ◀ 기자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앵커 ▶

    올해와 내년이 가마우지와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시험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군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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