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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목장에 방치‥은퇴한 경주마의 비극

폐목장에 방치‥은퇴한 경주마의 비극
입력 2022-08-30 06:45 | 수정 2022-08-30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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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방의 한 외딴 폐목장에서 말들이 방치된 채 더위와 굶주림에 지쳐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 말들은 경마장에서 뛰던 경주마들이었다고 하는데요.

    유서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충남 부여의 폐목장.

    커다란 말 한 마리가 죽어 있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 부패가 시작된 듯 악취와 함께 파리가 들끓고 있습니다.

    근처에선 생풀을 뜯어먹고 있는 다른 말 두 마리가 보입니다.

    몸 곳곳에 뼈가 툭툭 불거져 있고, 털과 갈기에서 윤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뒷다리와 엉덩이에는 상처를 입어,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정진아 /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
    "초반에 좀 치료가 됐으면 이제 보기에도 괜찮게 치료가 됐을 텐데 사실 그 단계는 이제 지났고…"

    이곳에서 말 네 마리가 처음 발견된 건 지난달 25일.

    폭염과 폭우에 무방비로 노출된 말들은 오래 버티지 못했습니다.

    이달 중순, 나흘 간격으로 두 마리가 폐사했고 남은 두 마리도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앞서도 비슷한 신세의 말들이 거쳐갔는지, 곳곳에서 말 뼛조각들이 보입니다.

    이 말들은 어디서 온 걸까.

    체내에 삽입된 칩을 확인해 보니, 밤색 말은 서울경마장에 28번 출전한 적이 있는 '사랑이'라는 경주마였습니다.

    사랑이를 포함해 4마리를 이곳에 데려온 건 폐목장 근처의 건강원 사장과 도축업자였습니다

    [인근 건강원 사장]
    "약 하는 건 뼈만 하지, 고기가 필요가 없는 거니까… 우리는 갖고 오는 것만 해주는 거지."

    폐목장까지 데려온 말들을 도축하거나, 폐사한 사체를 수습해 뼈는 약재로, 나머지는 반려동물 사료로 팔고 있다는 겁니다.

    동물단체는 살아남은 두 마리를 인수했지만 부여군이 '말을 보호할 장소가 없다'며 난색을 표해, 한 달 만에야 제주도로 보냈습니다.

    [부여군청 관계자]
    "주인이 포기를 하고 지자체에서 소유권을 가져서 관리를 하라 얘기를 하면, 하긴 해야 되는데 사실 막막한 상황이죠."

    말은 보통 30년 안팎을 삽니다.

    하지만 국내 경주마는 보통 4살에서 6살이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경마장을 나오게 됩니다.

    지난해 퇴역 경주마 1천6백여 마리 가운데, 승마나 번식용으로 쓰인 건 6백여 마리.

    나머지는 대체로 도축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자세한 경로는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유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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