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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리포트] 수컷이 한 마리도 없다, 바다거북 덮친 기후위기

[기후환경리포트] 수컷이 한 마리도 없다, 바다거북 덮친 기후위기
입력 2022-10-03 07:40 | 수정 2022-10-03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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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인아/기자 ▶

    호주 북동부 레인 섬에 수많은 바다거북이 몰려왔습니다.

    드론으로 촬영한 바다거북이 바다를 뒤덮었습니다.

    촬영된 바다거북의 수를 하나하나 세 보니 6만 4천여 마리.

    이 많은 바다거북이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알을 낳기 위해서입니다.

    거북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알을 낳기 위해 돌아옵니다.

    태평양 전역에 흩어졌던 거북들이 마치 GPS라도 보고 오는 듯 정확히 찾아옵니다.

    해안으로 올라온 바다거북이 모래를 파고 알을 낳습니다.

    바다거북 한 마리가 100여 개나 되는 알을 낳습니다.

    바다거북이 알에서 깨어나 모래를 헤치고 나와 힘차게 바다로 갑니다.

    그러나 바다거북의 번식과 생존에 어둠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태어난 바다거북 새끼 중 암컷 비율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구진은 최근 플로리다에서 태어난 바다거북 중 대다수가 암컷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 4년간은 수컷이 한 마리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베티 커키바크/미국 마이애미 거북병원]
    "충격적인 사실은 지난 4년 동안 플로리다는 사상 최고로 더웠다는 겁니다. 바다거북의 알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수컷 바다거북이 한 마리도 태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오직 암컷 바다거북만 태어났습니다."

    호주 연구진은 이에 앞서, 최근 호주에서 태어나는 바다거북은 99% 암컷이라고 보고했습니다.

    바다거북은 원래 암컷이 수컷보다 많이 태어나는 동물로 대개 암컷 비율이 수컷보다 몇 배나 많습니다.

    그러나 수컷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암컷만 100% 가까이 태어나는 건 극단적인 현상입니다.

    바다거북의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바다거북의 성을 결정하는 건 X나 Y염색체처럼 성염색체가 아닙니다.

    바다거북은 알이 부화할 때 주변 온도에 따라 암수가 정해집니다.

    미국 해양대기국은 주변 온도가 27.7도보다 낮으면 수컷이 되고, 31도가 넘으면 암컷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 사이 온도에서는 암컷과 수컷 모두 나올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부화할 때 온도가 높을수록 암컷이 태어나는 비율이 높아집니다.

    바다거북의 대표적인 산란지인 호주 레인 섬의 모래 온도입니다.

    약 29도를 기준으로 온도가 얼마나 높은지 낮은지를 보여주는 그래프인데요.

    1980년대부터 온도가 높아지기 시작해, 90년대가 되면 평균온도가 0.5도에서 1도나 높아졌습니다.

    1도 차이는 바다거북의 알이 암컷이 될지 수컷이 될지를 결정할 수 있는 결정적인 온도입니다.

    이 1도 때문에 수컷으로 태어났을 수많은 바다거북이 암컷이 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런 상황은 서태평양뿐 아니라 대서양과 인도양도 마찬가지입니다.

    암컷 바다거북의 비율이 99%를 넘는 이유는 바도 이 때문입니다.

    암컷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그 이유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멜리사 로드리게스/미국 마이애미 거북병원]
    "해가 거듭될수록 바다거북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걸 목격하게 될 겁니다. 바다거북이 유전적 다양성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바다거북의 암수 성비가 무너지면서 성공적으로 알을 낳고 번식을 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모든 바다거북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습니다.

    바다거북은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기 전부터 위기를 맞았는데,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사람들이 잡아서 거래하기도 했습니다.

    바다거북을 덮친 불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거북의 건강을 살피는 전문가들은 많은 바다거북이 섬유유두종으로 알려진 종양을 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종양은 다른 거북에게 전염되는데 치료를 받지 않으면 거북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바다거북은 기후변화 이전에도 인간 때문에 심각한 위협을 받아 왔습니다.

    여기에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치솟는 대기와 바다, 모래 온도는 바다거북의 운명을 막다른 길로 몰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온도에 따라서 성비가 달라지는 동물은 바다거북 하나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멜리사 로드리게스/미국 마이애미 거북병원]
    "기후변화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중 하나는 바다거북이나 악어 같은 파충류들은 온도에 따라 성이 달라지는 알을 낳는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최근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의 비율입니다.

    양서류와 포유류, 파충류와 조류에 대한 분석인데요.

    가장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건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였습니다.

    40.7%가 멸종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포유류가 25.4%, 파충류 21.1%, 조류는 13.6%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연구진은 결론 내렸습니다.

    곤충이나 물고기 등 여기에 나오지 않은 동식물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종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졌거나 사라지려 하고 있죠.

    암컷만 태어나고 있는 바다거북 얘기 어떠셨나요?

    유엔 기후변화보고서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 대해 우리가 더 깊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늘 기후환경리포트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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