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막고 이동권 시위‥전장연 대표 1심 유죄

◀ 앵커 ▶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면서 버스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장애인 단체들은 "차별적인 판결"이라면서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습니다.

김상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출근길 지하철에 오르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인데, 벌써 열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하철을 타려는 장애인들과 경찰, 출근하는 시민들까지 뒤엉켜 지하철역은 매번 아수라장이 되고 열차도 지연되기 일쑤입니다.

잘못된 집회 방식이라는 비판과, 불편하더라도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오면서, 사회적인 논란까지 불러왔습니다.

이 시위를 주도해 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가 결국 법정에 섰습니다.

작년 4월 퇴근길 버스정류장에서 미신고 집회를 벌여 버스 운행을 23분간 방해한 혐의에 대해, 법원은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헌법이 국민에게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민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시위 방법을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는데, 여전히 지하철 시위가 계속돼 안타깝다"며 "개인 이익이 아니라 장애인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한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형은 면했지만 유죄가 선고되자, 장애인 단체는 "차별적인 판결"이라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비장애인이 20분 버스 늦게 태워 유죄라면서 평생 버스를 못 타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눈감았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박경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로서 장애인들을 훈계하고…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은 기본적인 (장애인) 인권에 대해서는 어떠한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요."

박 대표는 차별적 구조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며 항소하기로 했습니다.

장애인 단체 역시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에 항의하기 위해 오늘 서울중앙지법이 있는 2호선 교대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일 예정입니다.

MBC뉴스 김상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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