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400km 떨어진 곳.
바다와 맞닿은 해변에 가지런히 늘어선 집들이 보입니다.
마을이 바닷가에 있다기보다는 바다에 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을을 둘러싸고 사방에 가득 찬 물은 바닷물입니다.
언젠가부터 바닷물이 밀려와 마을을 삼켰습니다.
많은 집들이 지붕만 남고 물에 잠겼고 마을 주변의 농경지도 바닷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바닷물이 차오르면서 많은 마을이 섬처럼 변해 고립됐습니다.
마을을 이어주는 교통 수단은 자동차가 아니라 배가 됐습니다.
바다는 지금도 계속 육지로 밀려오고 있습니다.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 집들은 폐허로 변했습니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건물에는 바닷물이 넘실댑니다.
세찬 비바람과 들이치는 파도가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폐허가 된 집 주위에 나무들도 같이 쓰러져 있습니다.
많은 주민이 집을 버리고 떠났고, 사람이 버린 집은 물고기 집이 됐습니다.
마을에서 바다를 향해 뻗은 이 건물은 초등학교 건물입니다.
한때 6개 학급 180명의 학생이 다니던 이 학교는 재작년 문을 닫았습니다.
MBC 취재팀이 이 마을 한복판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침수된 마을로 진입하는 길에 소나기가 쏟아집니다.
우산도 없이 길을 걷던 아이들이 비를 피해 달립니다.
차창 너머로 물에 잠긴 건물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폭우로 불어난 물이 아니라 바다에 잠긴 건물입니다.
지금은 바다가 됐지만 얼마 전까지도 농경지와 마을이 있던 곳입니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도로는 완전히 물에 잠겨 흔적만 남았습니다.
이슬람 사원도 바다에 휩쓸려 이렇게 버려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드나들었을 출입문과 사원 내부에는 바닷물이 들어찼습니다.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이곳에도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차오르는 바닷물에 맞서 집안의 마루를 높이고, 집과 도로 사이에 가교를 만들었습니다.
물이 높아질 때마다 마루를 높이다보니 집에서는 항상 허리를 굽히고 생활해야 합니다.
주민들이 안내한 이곳은 마을 공동묘지가 있던 곳입니다.
주민들의 아버지 어머니,할아버지 할머니가 묻힌 묘지도 물에 잠겼습니다.
물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물체는 묘비입니다.
주민들은 바다가 마을과 집, 도로를 집어삼키는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인구 1천만의 대도시 자카르타는 어떨까요?
해안을 따라 건설된 방벽이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가르고 있습니다.
이 방벽은 외적이 아니라 바다로부터 대도시를 지키기 위한 겁니다.
바다가 점령한 영역에는 버려진 건물이 서 있습니다.
이 건물은 무슬림들이 신성시하는 이슬람 사원입니다.
바다에 맞서 방벽을 세웠지만, 도시의 모든 것을 지킬 수는 없었습니다.
이곳은 기후변화로 촉발된 해수면 상승과 관련해 가장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가 됐습니다.
자카르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우기만 되면 침수피해가 반복됐던 자카르타 북동부.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작은 어촌 마을에도 올해 거대한 방벽이 건설됐습니다.
원래 이 마을에는 바다를 막는 둑이 있었는데 그 둑으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바닷물이 둑을 넘어 밀려오기 시작하자 시 당국은 더 높은 방벽을 만들었습니다.
자카르타는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지하수 고갈로 땅이 주저앉으면서 빠르게 가라앉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은 지금까지 20cm 나 상승했고 지반 침하로 땅은 매년 10cm씩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자카르타는 현재 도시 면적의 40%가 해수면보다 낮아졌습니다.
인도네시아는 기존 방벽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내다보고, 더 큰 방벽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자카르타 전체를 방파제처럼 방어하는 이 방벽은 총 길이 32km로 '자이언트 씨 월'이라 불립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내륙지방으로 이전하는 계획도 수립했습니다.
유엔 기후변화 보고서는 오는 2100년까지 지구의 해수면이 1m 가까이 상승할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이 수치가 과소평가된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본격적으로 붕괴하고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해수면이 더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전 세계에서 해발 고도 1m 이내의 저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1억5천만 명 가량으로 추정됩니다.
전 세계 바닷가를 이런 성벽으로 방어할 수 있을까요?
기후환경리포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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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현인아
[기후환경 리포트] 바다가 삼키고 있는 나라, 수도 40%가 해수면 아래로
[기후환경 리포트] 바다가 삼키고 있는 나라, 수도 40%가 해수면 아래로
입력
2022-11-21 07:39
|
수정 2022-11-21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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