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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M] "열 하루 일 못했어요"‥새벽 남구로역 인력시장 현장 취재

[집중취재M] "열 하루 일 못했어요"‥새벽 남구로역 인력시장 현장 취재
입력 2023-01-04 20:24 | 수정 2023-01-0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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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올해 정부 경제정책의 방점은 부동산에 찍혀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제일 위급한 곳이 부동산시장이라는 겁니다.

    이건 건설업계가 가장 실감하고 있을 텐데 건설업 체감경기 실제 12년 만에 가장 낮습니다.

    일감이 줄어드는 걸 매일 지켜보고 있는 건설현장의 일용직 노동자들은 또 얼마나 힘들까요.

    새벽 네 시, 이재욱 기자가 서울 남구로역 인력시장에 가서 사정을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새벽 네 시, 주변은 깜깜합니다.

    사람들이 거리에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모두들 등에 배낭을 메고 있습니다.

    [건설 일용직 노동자]
    "<몇 시에 나오셨어요?> 4시 20분에요. <되게 일찍 나오셨네요.> 네 아무래도 일찍 나와야 일찍 (일) 나가는 거죠."

    현재 시각은 새벽 4시 40분, 기온은 영하 4도입니다.

    제가 나와 있는 이곳은 국내 최대 인력시장인 서울 남구로역 근처입니다.

    노동자들은 건설현장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거리로 나섰습니다.

    남구로역의 피크타임은 새벽 다섯 시입니다.

    삼백여 명까지 노동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절박한 생계가 깜깜한 새벽 거리로 떠밀었습니다.

    일을 구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건설 일용직 노동자]
    "나는 오늘까지 열하루, 열하루. 한 번도 못 나갔어요. 집세는 줘야 하고, 보일러, 가스비 다 나가야 해요."

    [건설 일용직 노동자]
    "장담 못해요. 일용직은. <그러면 그냥 그만 나오라고 하면?> 현장에서 '일하는 게 맘에 안 든다, 그만 두라'하면 못 하게 돼요."

    아직도 컴컴한 새벽 여섯 시.

    하루의 희비가 엇갈리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일자리를 구한 노동자들은 차에 타고 수도권 곳곳의 건설현장으로 떠납니다.

    [건설 일용직 노동자]
    "<다행히 일 구하셨어요. 선생님.> 네, 일 구한 편입니다. <어제는 하셨나요?> 어젠 쉬었어요. <다행입니다. 그래도. 수고하십시오.> 네. 네."

    전국 미분양주택 5만 8천 호.

    12년 3개월 만에 최저라는 건설경기실사지수.

    작년 하반기 건설사 폐업 신고 198건.

    숫자들은 불안한 삶에 그대로 파고듭니다.

    이곳 건설 현장에서 다섯 달 째.

    박연수 씨도 한 달 뒤엔 떠나야 합니다.

    [박연수/건설 일용직 노동자]
    "천만다행으로 지금 이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다음 현장이 아직 잡혀 있는 것도 아니고 미리 다른 현장에서 연락이 와서 다음 현장 계획을 잡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계획도 없고 많이 안 좋아요."

    다시 남구로역 새벽.

    일을 받아 떠난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남았습니다.

    떠난 사람은 삼백 명 가운데 서른 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가득 챙겨온 공구들, 집으로 돌아가는 배낭은 근심이 더해져 더욱 무겁습니다.

    [신종훈/건설 일용직 노동자]
    "가방에 작업복 있고, 못 주머니, 망치, 철근 갈고리… 건설 현장에 모집하는 데가 적고, 나갈 사람들은, 일할 사람들은 많고 그렇습니다."

    하루 벌어 생계를 이어가는 건설업 일용직 노동자는 58만 2천 명입니다.

    [건설 일용직 노동자]
    "<허무하시겠어요.> 아뇨. 내일도 나와야죠. <오늘 하루는 그러면 일 못 가셨는데 쉬시는 거예요?> 일 있으면 나가고 없으면 쉬는 거예요. 겨울 돼서 일도 많이 없어요."

    [건설 일용직 노동자]
    "<새해 소망 같은 거 좀 있으실까요.> 소망이란 게 달리 있겠어요. 우리야 노동자니까 계속 어떻게 일하게 할 수 있으면 좋은 거지. 다른 게 더 소망이 뭐 있어요."

    MBC뉴스 이재욱입니다.

    영상취재 : 나경운·김우람 / 영상편집 : 권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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