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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폭락' 폐지 모아봤더니‥수레 가득 채워도 3천 원?

[바로간다] '폭락' 폐지 모아봤더니‥수레 가득 채워도 3천 원?
입력 2023-01-09 20:17 | 수정 2023-01-0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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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사회팀 차현진 기자입니다.

    이렇게 칼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에도 폐지를 모으는 어르신들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최근 폐지 값이 말 그대로 폭락해 이분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직접 수레를 끌고 다녀보겠습니다.

    ◀ 리포터 ▶

    아침 8시, 서울 도봉구의 한 과일가게 앞.

    72살 최정우 씨를 따라 하루 동안 폐지를 모아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상자에 붙은 테이프를 뜯고, 납작하게 펴서 차곡차곡 수레에 실어야 합니다.

    그런데 영하 7도의 날씨에 크기도 제각각이다 보니 마음처럼 속도가 나지 않습니다.

    "<아우 손가락이 시렵네…> 힘들죠? <네>"

    보다 못한 최 씨가 직접 시범을 보였는데요.

    [최정우 (72세)]
    "그렇게 하면 안 돼… 이렇게 이렇게 해야 돼 봐봐 자 이렇게 해서 딱 눌러서 당겨버리면 돼."

    해도 해도 정리가 끝나지 않습니다.

    "<와 진짜 박스 많이 나온다…> 이거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거."

    몸을 굽혔다 폈다를 반복하다 보니 금세 허리도 아파왔습니다.

    "<아버님 허리 펼 시간이 없네요>"

    다음은 주택가 지하에 있는 양말 가게.

    쏟아져 나오는 폐지 상자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니 숨이 턱에 찼습니다.

    "<와 여기가 제일 빡세다>"

    쉴 틈 없이 허리를 굽히고, 또 굽히고 근처 마트에서 나온 상자까지 모았더니 2시간 여 만에 고물상 갈 준비가 끝났습니다.

    "어르신을 도와 1시간 정도 정리를 하니 폐지가 이 정도까지 쌓였는데요. 무거워진 손수레를 끌고 제가 직접 이동해보겠습니다."

    인도가 좁다 보니 차도로 갈 수밖에 없는데, 승용차가 빠른 속도로 옆을 지나갑니다.

    "<어우 씨>"

    한가득 실은 폐지가 무겁기도 했지만, 혹시라도 도로에 쏟아질까 싶어 속도를 낼 수 없었습니다.

    수레를 끌고 인도로 올라설 때는 저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이 나왔습니다.

    "이것도 해본 사람이 해본 거라고… <와 근데 진짜 힘들어요>"

    마침내 고물상에 도착했는데요.

    저울에 표시된 무게는 99kg이었습니다.

    요즘 폐지 가격은 kg당 40원, 손수레 무게를 빼고 계산했더니 3,360원이 나왔습니다.

    두 시간 넘게 일한 결과였습니다.

    [최정우]
    "그 한 번 (폐지를) 갖다 줘서는 밥도 못 사먹지…"

    결국 어르신과 함께, 이런 방식으로 3차례 수레를 채워 고물상에 팔았습니다.

    "오늘 하루 6시간 동안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제가 직접 폐지를 모아봤는데요. 270kg이 넘는 폐지를 수거 했지만 손에 쥔 건 고작 1만 8백 원 뿐입니다."

    최근 경기침체 등으로 수요가 줄어들어 폐지 값이 1년 전의 1/3도 안 되는 수준으로 폭락한 겁니다.

    [유기봉/고물상 주인]
    "저희도 위에서부터 파지 가격이 통보를 받기 때문에… 파지 가격이 떨어지면 저희도 되게 어르신들한테 미안해요."

    폐지를 모으는 노인은 약 1만 5천 명, 이들이 아파트와 농촌을 뺀 폐지 재활용량의 74%를 처리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최정우]
    "힘든 것은 비 올 때… 물 먹은 거 갖고 가면 (가격을) 까버려. 내가 150kg 가져갔는데 100kg 까버려."

    [폐지 수집 노인]
    "올해도 동상에 걸려서… 치료 안 하고, 웬만하면 낫겠지… "

    위험노동과 저소득에도 거리로 나서는 건 지금의 노인 일자리와 복지체계로는 생계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김옥희 (80세)]
    "자녀들도 먹고 살 것도 못 되고… 아들들도 일도 못하고 있어. 그러니까 내가 이제 또 이렇게 해서 그냥 살려고… "

    '폐지 수거'를 공공일자리에 연계시켜 추가 보조금을 주는 지자체는 서울시 등 일부에 불과하고, 이들의 경우도 기초수급자나 미신청자는 제외하고 있습니다.

    바로간다, 차현진입니다.

    영상취재 : 허원철 / 영상편집 :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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