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보육시설에서 지내다 사회로 나온 청년들이 생활고와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다 세상을 등지는 비극이 지난해 연이어 발생했는데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가 청년들을 챙기겠다'고 약속했고, 최근 정부는 보완대책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청년들을 만나보니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았습니다.
조재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수도권의 한 고시원에 사는 23살 현주 씨.
부모님의 이혼으로 9살 때 보육원에 들어갔습니다.
어머니에게 흉기까지 휘두르던 아버지와는 살 수 없었고, 어머니도 재혼하면서 현주 씨 양육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보육원을 나온 건 8년 뒤인 17살 때, 동료 원생으로 성추행을 당하고 나서였습니다.
마음을 터놓고 지내던 친구가 집단 괴롭힘을 당하다 스스로 세상을 떠났는데, 현주 씨도 가해자에게 항의하다 성폭력을 당했던 겁니다.
[김현주(가명)/자립준비청년]
"협박까지 하면서 성추행을 해서 바로 그냥 선생님한테 다다다다 달려가서 울면서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CCTV까지 확인한 보육원 직원들은 경찰에 신고하기는 커녕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퇴소를 권했습니다.
그렇게 퇴소한 현주 씨는 당시 3백만 원 수준이던 자립정착지원금과 매달 수십만 원의 수당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18세 이후에 나와야 자격이 생기는데 그 직전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고시원에서 기초생활수급비 80만 원으로 생활하며, 일자리를 찾는 중입니다.
[김현주(가명)/자립준비청년]
"(방값) 32만 원씩 달마다 내고 있고 휴대폰도, 교통비도 제가 달마다 이렇게 내니까 거의 내고 나면 한 이십(만 원) 얼마 남아요."
보육원을 나선 이른바 '자립준비청년'이지만 정부로부터 받은 경제적 지원은 전혀 없습니다.
[김현주(가명)/자립준비청년]
"<자립준비청년이라고 하는데 이런 건 원래 들어봤어요?> 아니요, 저는 몰랐고… 저는 이제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고 싶은 거예요."
지난해,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21살 여성도 비슷한 처지였습니다.
[이웃 주민 (당시)]
"고아원에서 자랐어, 엄마가 없으니까. 짠해 죽겠어, 아가씨가…"
만 18세가 되기 딱 보름 전 퇴소했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했던 겁니다.
이런 '중간퇴소 아동'은 5년간 6천8백여 명.
정부가 최근 자립수당 인상 등 대책을 내놨지만 중간퇴소 아동은 여전히 예외입니다.
때로는 제도를 잘 몰라서 지원을 못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설 명절을 맞아 가족 대신 화상으로 서로를 만난 자립준비 청년들.
20대 중반인 정민 씨는 대학에 가면 보호기간이 연장된다는 걸 몰라서 성인이 되자마자 군대에 갔습니다.
[윤정민(가명)/자립준비청년]
"대학교를 가면 보호연장 아동이 됐었거든요.그런 정보를 모르니까, 그래서 그런 게(지원이) 다 끊겼어요."
[권태훈/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기획팀장]
"아동들에 대해서 서비스를,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거나 그런 이제 지지 체계가 좀 부족하다 보니까…"
가족이 없고 정서적 어려움을 겪었던 자립준비 청년들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지속적인 사각지대 해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MBC 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 이지호·남현택·김백승 / 영상편집 : 권지은 / 삽화 : 강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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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조재영
[집중취재M] '보육원 중도 퇴소' 청년들, 여전히 힘겨운 홀로서기
[집중취재M] '보육원 중도 퇴소' 청년들, 여전히 힘겨운 홀로서기
입력
2023-01-28 20:22
|
수정 2023-01-2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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