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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10·29에 멈춘 유가족의 시간‥"방 보일러 하루도 못 꺼"

[바로간다] 10·29에 멈춘 유가족의 시간‥"방 보일러 하루도 못 꺼"
입력 2023-02-03 19:45 | 수정 2023-02-0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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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사회팀 김민형 기자입니다.

    10·29 참사 발생 100일을 앞둔 오늘, <뉴스데스크>는 '바로간다'로 시작합니다.

    참사가 일어난 골목에는 이렇게 보시는 것처럼 '추모의 벽'이 생겼습니다.

    이태원 곳곳에 그날의 상흔이 여전히 선명하고요.

    찢어지고 파괴된 유가족들의 삶도 전혀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현장으로 바로 가 보겠습니다.

    ◀ 리포트 ▶

    참사 100일을 이틀 앞둔 이태원 거리.

    쪽지가 가득 메워진 추모의 벽 뒤로, 세계음식문화거리가 텅 비어있습니다.

    [남인석/이태원 상인]
    "100일 동안 잠도 못 자고… (희생자) 가족들한테는 마음이 아프죠."

    이태원의 일상은 언제쯤 회복될 수 있을까.

    유가족의 시간도 10월 29일, 그날에 그대로 멈춰 있습니다.

    25살이었던 상은 씨의 방입니다.

    꼭 상은 씨가 아침에 나간 것 같습니다.

    '학점 4점', '계절학기', '취업' 등 계획과 목표를 적은 메모가 붙어있고, 프랑스 여행 사진 등도 예전과 그대로입니다.

    외동딸이었던 상은 씨는 작년 여름, 미국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이상은 씨 - 아버지 통화 (참사 전)]
    "<여보세요, 나 합격했어!> 축하해. 고생했다. 축하해…"

    하지만 취직을 기대하며 찍은 증명사진은 영정사진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는 상은 씨가 좋아하던 꽃을 여전히 틈틈이 갈아줍니다.

    하지만 딸이 남긴 흔적은 가슴을 짓누릅니다.

    [강선이/상은 씨 어머니]
    "(속눈썹 뷰러가) 가방에 있었는데… 이게 이렇게 찌그러질 정도로 압력이 심했었나 봐요."

    가장 힘들고 무서운 건 딸이 돌아올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강선이/상은 씨 어머니]
    "어느 순간 제가 상은이가 없다는 걸 인정하고 있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내가 이 믿기지 않는 현실을 이제는 받아들이고 있나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

    주인을 잃은 런닝머신 위에 운동화 한 켤레가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배우였던 25살 지한 씨의 운동기구입니다.

    집안 곳곳에 여전한 지한 씨의 흔적들, 빨리 데뷔하게 해달라는 누나의 글도 보입니다.

    한 살 터울 동생을 보낸 가영 씨는 참사 이후 휴학했고,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일도 그만뒀습니다.

    [이가영/지한 씨 누나]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지한이가 다니지 못한 학교를 제가 어떻게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지한이가 하고 싶어했던 거를 제가 하는 게… 죄송합니다."

    동료 유가족들을 만나 소통하는 것 외에는 삶의 여정이 사실상 중단돼 버린 겁니다.

    [이가영/지한 씨 누나]
    "우리도 평범하게 살던 대한민국 국민인데, 뭔가 버려졌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나마) 유가족 분들이랑 같이 있으면 힘이 나거든요."

    지한 씨의 방 역시 참사 전과 똑같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쓰던 책상과 연습하던 대본집, 지한 씨의 키를 재려고 벽에 한 낙서까지 그대로입니다.

    [조미은/지한 씨 어머니]
    "처음에는 청소기로 바닥만 쓸었어요 눈 감고… (방에) 들어올 수가 없어서."

    연기 연습을 하며 새벽에 들어오던 아들 생각에 여태껏 하루도 보일러를 끄지 못했습니다.

    [조미은/지한 씨 어머니]
    "이 스탠드는 하루도 끈 적이 없고 자기방 들어오면 깜깜할까 봐… 보일러 한 번도 끈 적 없어요."

    유족들이 희생자들을 떠나보내지도, 파괴된 삶을 복구하지도 못하는 건 전혀 해결된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과도, 수사도, 책임 규명도 그렇습니다.

    [이가영]
    "(당국자들이) 몰랐으면 된다는 게 화가 나고요. 몰랐다고 하면 죄가 없고 책임이 없다는 게..다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면 몰랐으면 되니까요"

    [강선이]
    "억울한 아이들의 한을 풀어주고 싶고, 그리고 그들이 정말 '왜 갔느냐'가 아니라 '왜 돌아오지 못했느냐'를 기억할 수 있게 추모의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에요."

    MBC뉴스 김민형입니다.

    영상취재: 손지윤 한재훈 / 영상편집: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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