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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의 언어 '수어'‥"배울 곳도, 쓸 곳도 없어요"

농인의 언어 '수어'‥"배울 곳도, 쓸 곳도 없어요"
입력 2023-02-03 20:34 | 수정 2023-02-0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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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던 화제의 장면이 있었죠.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선 윤여정 배우가 부른 배우, 청각 장애인이었습니다.

    윤여정 씨는 수어로 축하를 건네고 배우가 수상 소감을 전할 수 있도록 트로피를 건네받기도 했는데요.

    우리나라도 이제 더 이상 '수화'가 아닌 '수어'라고 하고, 수어를 한국어와 동등한 공용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의미를 기념하는, 세번째 '한국 수어의 날'을 맞아서, 유서영 기자가 청각 장애인들의 현실을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농인 남매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

    햄버거 가게에서 한 직원의 실수로 고객이 항의를 하자, 사장이 아르바이트생에게 누명을 씌웁니다.

    [점장 (영화 '미드나잇 썬')]
    "사실 저 친구가 청각장애인이거든요. 그래서 주문 받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에 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농인이 겪는 각종 차별을 실감나게 연기한 13년차 배우 김리후 씨는 실제 농인입니다.

    하지만 그가 출연한 영화는 단편영화 두 편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농인 배역을 비장애인 배우들이 맡고 있어, 김 씨의 역할이 통역과 자문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김리후/배우]
    "'내가 수어를 가르치기 위해 배우 생활을 시작한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많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플 때가 있어요."

    모델로 활동 중인 김혜원 씨도 촬영 현장에서 수어를 모르는 제작진들과 수시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김혜원/모델]
    "카메라맨은 카메라를 보고 있으니/ 입 모양을 보기가 힘들어서, 바로 바로 포즈를 취하기 어려웠거든(그렇다고) 수어통역사를 데려오려면 통역에 대한 비용 부담이 있었어요."

    수어에는 손동작만 있는 게 아닙니다.

    감정을 담아내는 표정과 몸짓도 중요합니다.

    문제는 농인들조차 수어를 배우기 어렵다는 겁니다.

    "방문자 호출입니다. 확인해 주세요."

    초인종을 누르자 호출벨에 불이 켜집니다.

    17년 전 세워진 이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수어로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안학교입니다.

    여기서는 상대의 입술 모양으로 이해하고 어눌하게 소리를 내는 '구화'가 아닌 '수어 교육'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주희 / '소보사' 대표]
    "(농인이) 나는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잘 보는 사람'이고, 잘 보기 때문에 보이는 언어인 수어를 쓰는 사람이라서 이 언어를 선택했는데‥"

    하지만 이렇게 농인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교육기관은 전국에 14개뿐.

    경상도나 충남, 대전권에는 아예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농인 교육기관조차 수어 교육보다 의무 교육과정 이수가 목표여서 대부분의 교사들이 수어를 모른다는 겁니다.

    [김리후 / 배우]
    "농학교 선생님들이 수어를 너무 못해서, 충격을 받았어요. 수업할 때 학생들이 엎드려 자든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든 상관없이 교사들은 그냥 칠판에 쓰기만 하고…"

    국내 농인 수는 41만 명.

    농인에게 수어는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이지만 배울 곳도, 쓸 곳도 부족한 현실입니다.

    MBC 뉴스 유서영입니다.

    영상취재/편집: 위동원
    촬영협조: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영상제공: 센트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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