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최전방 초소에서 이등병 한 명이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었는데요.
군은 이 병사가 집단 괴롭힘을 당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MBC 취재결과 가해자 6명은 A4 용지 29장에 상급자 이름과 부대편제 등을 적어 놓고, 이등병에게 외우도록 강요하고, '총으로 쏴버리겠다'고 폭언을 하는 등 심하게 괴롭혀왔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홍의표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강원도 최전방 감시초소에서 지난해 11월 밤 총성이 들렸습니다.
부대 배치된 지 한 달도 안 된 이병이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됐고, 결국 숨졌습니다.
스물한 살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진실만을 알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고 김 이병 유족(지난해 12월)]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이런 일이 터졌나,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이런 일이 터졌나…"
군은 김 이병이 스스로 총을 쏜 것으로 보이고, 집단 괴롭힘이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취재 결과 다양한 가혹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선임 병사들은 김 이병에게 선임 이름과 부대 편제 등을 A4 용지 29장에 빽빽하게 적어, 암기하도록 강요했습니다.
또 외국 생활을 오래 했던 김 이병의 발음을 일부러 따라 하며 괴롭히는가 하면, "총으로 쏴버리겠다"고 협박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 선임병은 김 이병이 숨진 당일에도 "가만 두지 않겠다, 각오하라"고 폭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지휘관들의 도움은 없었고, 오히려 초급 간부 1명은 괴롭힘에 가담했습니다.
[고 김 이병 유족(지난해 12월)]
"다들 갈구는(괴롭히는) 사람은 있지만, 유독 한 명이 이유 없이 갈구는 사람은 있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이 초급 간부는 사고 직후 '총기 오발 사고'로 보인다고 보고했는데, '두려워서 거짓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김 이병은 최전방 초소에 전입한 신병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집체교육은 물론, 경계 작전 투입 전 적성 검사도 제대로 받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유족은 MBC와의 통화에서 "규정상 반드시 하게 돼 있는 적성검사 등을 부대에서 무시한 채 근무에 투입했다"고 전했습니다.
군사경찰은 중대장 등 간부 2명은 직무 유기, 괴롭힘에 가담한 초급 간부와 선임병 등 6명에게는 모욕 혐의 등이 있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보냈습니다.
MBC뉴스 홍의표입니다.
영상편집: 박병근 / 그래픽: 정현기 이미예
육군은 사고 직후 '총기 오발 사고로 추정된다'고 보고한 것은 초급 간부가 아닌 다른 상황실 간부였으며, 군사경찰 조사 과정에서 초급 간부가 '두려워서 거짓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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