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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남은 생후 20일 아기‥난민촌 아이들 "집에 가고 싶어요"

혼자 남은 생후 20일 아기‥난민촌 아이들 "집에 가고 싶어요"
입력 2023-02-13 20:05 | 수정 2023-02-1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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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번 지진은 튀르키예 국민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 버렸습니다.

    특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 아이들은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요.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아이들이 속출하고 있고, 지진에 대한 공포 때문에 명랑하고 밝았던 아이들의 목소리도 작아졌습니다.

    현지에서 차주혁 기자가 아이들을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골목 양쪽이 잿더미로 변해버린 하타이의 한 주택가.

    주변에서 가장 큰 아파트였던 이 곳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몇 안 됩니다.

    [핫산 샤시마스]
    "7층 높이 건물이었는데 1백 명 넘는 주민들 중 빠져나온 사람은 대여섯 명밖에 안돼요."

    한 실종자 가족은 맞은편 도서관 1층에 지내며, 구조 소식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담요 안에서 곤히 잠든 한 아기, 이름은 가이스 지잔입니다.

    지진 당시 생후 20일이었습니다.

    막내 아들로 태어났지만, 아빠와 엄마 그리고 누나는 지금 곁에 없습니다.

    [메리치 베리킷을러/이모부]
    "아이 아빠와 누나는 지금 무너진 건물 안에 있고, 엄마는 많이 다쳐서 병원에 있는데 생사를 몰라요."

    아빠는 아랍계 튀르키예인, 엄마는 시리아 출신이라, 이모 부부 외에는 돌봐줄 사람도 없습니다.

    폐허가 된 주택가에서 다리를 건너면 평소 시민들이 즐겨 걷던 공원인데요.

    지금은 지진 피해자들이 생활하는 난민촌으로 변했습니다.

    마리암과 무함마드는 밝고 명랑했던 두살 차이 남매였습니다.

    그런데 지진을 겪고난 뒤로 말수가 줄고, 목소리도 작아졌다고 합니다.

    [마리암 엘리프/6세]
    "유치원 가서 그림 그리고 싶고요. 친구랑도 같이 놀고 싶어요."

    3층 건물 밖으로 빠져나올 때, 네 가족은 서로를 단단한 끈으로 묶었습니다.

    앞장섰던 아빠는 발목을 다쳤고, 아이들은 처음 겪는 공포에 떨었습니다.

    [하제르 푸나르]
    "탈출할 때 케이블 선으로 아이들을 묶고 나왔어요. 그런데 잡고 있던 손을 놓치니까 딸아이가 '엄마, 내 손 놓지 말아주세요'라고 했어요."

    세 자매 중 막내인 네살배기 엘리프.

    대뜸 취재진에게 마이크를 달라더니, 시키지도 않은 노래를 부릅니다.

    새장 밖으로 날아가버린 새를 잡겠다면서, 빗자루를 들고 텐트 사이를 뛰어다닙니다.

    그런데, 이렇게 천진난만한 아이조차 지진때문에 변해버린 일상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엘리프 나스/4살]
    "집에 가고 싶고요. 유치원도 가고 싶고요. 맛있는 것도 먹고 싶어요."

    재난 앞에서 어른들은 울고 탄식이라도 하지만, 이 작은 아이들은 한순간 바뀌어버린 삶을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튀르키예 하타이에서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정인학 김준형 / 영상편집: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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