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요즘 문을 닫는 어린이집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도저히 정원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인데요.
반대로 어린이집이 줄어들자 일부 신도시에선, 부모들이 아이 보낼 곳을 찾지 못해서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김민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어린이집 교실의 작은 책상과 의자들이 벽 쪽으로 치워져 있습니다.
아이들의 신발로 가득 차 있어야 할 신발장은 텅 비었습니다.
서울에서 12년간 운영해온 어린이집이 이번 달을 끝으로 문을 닫게 된 겁니다.
한때 다섯 살 아이들이 쓰던 교실입니다.
지난해 봄부터 원생이 줄면서, 현재는 이렇게 빈 교실이 됐습니다.
원장 선생님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서울 OO어린이집 원장]
"항상 애들 소리에 (둘러싸여) 있다가… 아무도 없고 혼자 짐 정리하려면…"
3년 전 정원 60명을 모두 채웠던 이 어린이집의 원생은 올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태어난 1세 아이들은 더 줄어, 아예 반을 만들 수 없게 됐습니다.
[서울 OO어린이집 원장]
"올해 저희 7세(반) 16명 졸업해요. 만 3세 때부터 확 줄었죠. 신입이 없어요. 0세 반은 3명이고 1세가 아예 없어요."
5년 전 전국에서 4만여 곳에 달했던 어린이집은 지난해 3만여 곳으로 급감했습니다.
2018년 합계출산율이 처음 0명대로 떨어진 뒤 폐원 속도가 더 빨라진 모습입니다.
특히 규모가 작은 가정어린이집들이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인천의 아파트에 차려진 이 가정어린이집도 이달 말문을 닫습니다.
3년 전 문을 열 때 15명이었던 원생은 지난해 11명으로 줄더니 올해는 4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집 운영으로 진 은행 빚만 8천만 원.
구청으로부터 받은 지원비도 돌려줘야 해서, 비싸게 산 교육도구들을 절반도 안 되는 헐값에 내놨습니다.
[인천 OO어린이집 원장]
"2년 반 만에 폐원할 거라 생각지 않고, 다 사다놓고, 꾸며놓고. 아이들이 잘 갖고 놀겠지(라고)…"
2016년만 해도 2만 개를 넘었던 가정어린이집은 5년 사이에 7천 개나 줄어들었습니다.
정부의 보육시설 확충 정책으로 국공립 시설은 늘어나고 있지만, 폐원하는 사립 시설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일부 신도시에서는 부모들이 어린이집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경기도 동탄신도시에서 다음 달 문을 여는 시립 어린이집에는 140여 명 모집에 7백 명 넘게 몰렸습니다.
[나 모 씨]
"거의 10초 만에 마감되더라고요. 140여 명 모집하는데 7백 명 이상 입소 대기 신청해서…"
만 1세 아이를 키우려고 번갈아 육아휴직을 썼던 나 씨 부부는 30분 거리인 오산의 어린이집까지 알아보다, 결국 아내가 다시 휴직하기로 했습니다.
출산이 줄어 어린이집이 문을 닫고, 어린이집이 줄어 다시 출산을 주저하게 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MBC뉴스 김민형입니다.
영상취재: 김신영·남현택 / 영상편집: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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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민형
인구절벽 가팔라지자 어린이집 줄폐원‥애태우는 부모들
인구절벽 가팔라지자 어린이집 줄폐원‥애태우는 부모들
입력
2023-02-13 20:18
|
수정 2023-02-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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