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기적같은 생존자 구조 소식은 오늘도 이어졌습니다.
열세 살 소년, 그리고 열 살 소녀가 백 여든 시간 넘게 버텨내면서 무사히 구조가 됐습니다.
이렇게 튀르키예는 여전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지만, 내전에, 지진까지 겹친 시리아의 상황은 더 참혹하다고 하는데요.
수색과 구조 활동은 이미 멈춰섰고, 국제 사회의 원조도 받지 못한 채, 완전히 고립된 상황입니다.
신정연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183시간.
13살 소년이 무사히 구조돼 들것에 실려 이송됩니다.
이 10살 소녀도 무려 185시간을 무너진 아파트 속에서 버텨냈습니다.
하지만 기적 같은 구조 소식은 이제 갈수록 뜸해지고 있습니다.
유엔도 생존자 수색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인정했습니다.
[마틴 그리피스/유엔 인도주의·구호 사무차장]
"잔해에서 산 사람을 구조하고 시신을 수습하는 일이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이재민에게 (쉼터와 음식 등)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게 저희 임무입니다."
전 세계 지원이 쏟아지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튀르키예와는 달리, 구호 사각지대에 놓인 시리아 북서부는 포기 상태에 가깝습니다.
이 지역 유일한 구조대인 '하얀헬멧'마저 활동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첨단 장비가 없는 상황에서 맨손과 곡괭이로 콘크리트 더미를 일일이 파내며 구호 작업을 해왔지만, 한계에 직면한 겁니다.
[아이샤/시리아 이재민]
"저희는 지쳤습니다. 12년 동안 폭격과 공습이 두려워 밤에 잠도 못 잤습니다. 이제는 영원한 실향민이 됐네요. 차라리 제가 죽는 게 나았을지도 몰라요."
피해 집계조차 제각각이어서 공식 발표된 시리아 사망자는 5천 명 수준이지만, 세계보건기구는 1만 명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내전으로 인한 갈등으로 국제사회의 구호물품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진 직후 시리아의 독재자인 아사드 대통령은 반군 지역으로 들어가는 구호 물품 지원 통로를 막았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비난 여론이 빗발쳤고, 결국, 지진이 난 지 닷새 만에 마지못해 지원 통로를 열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사드 정권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며 일부 반군 무장 세력이 구호품 실은 차량을 막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사미라 이브라힘/시리아 이재민]
"얼어 죽겠어요. 아무 도움도 못 받았고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뭐가 필요한지 아무도 묻지 않아요. 끔찍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콜레라와 코로나19 등 전염병까지 창궐한 상황…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시리아인들은 내전보다 더한 지진의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MBC뉴스 신정연입니다.
영상편집: 오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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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신정연
신정연
'하얀헬멧'도 멈췄다‥시리아의 눈물
'하얀헬멧'도 멈췄다‥시리아의 눈물
입력
2023-02-14 20:05
|
수정 2023-02-1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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