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아이를 낳아서 키우면서도 유명 작가, 대학교수 같은 직업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 여성들.
겉으로 보기에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 같은 이들에게 육아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아직도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다는 '일하는 엄마'들의 목소리를 임소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아이를 긴 의자에 누이고 서둘러 쓰레기를 정리하고 롤케이크를 만들었다. 안쓰러움과 별개로 그런 지리한 의무들을 먼저 처리해야 해. 그게 엄마의 일이야."
아픈 아이를 들쳐 업고 일터인 카페로 출근한 날 엄마의 그림에는 미안함이 서렸습니다.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버스에서,
캄캄한 밤 거실에서, '퇴근 드로잉'을 그려온 서수연 작가.
'엄마'가 아닌,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시작했지만, 그리지 못한 날이 더 많습니다.
[서수연/일러스트레이터]
"재우면 그릴 수 있는데 내려놓으면 애가 깨는 거예요. 아기를 이렇게 안아서 젖을 물려요. 테이블이 이렇게 있으면 이렇게 그려서…"
아이들에게서 힘을 얻으면서도, 버거움이 불쑥불쑥 고개를 듭니다.
[서수연/일러스트레이터]
"많이 울었죠. (아이들에게) 죄스럽고 그런데… 여자들이 다 지금 이런 걸 감당하면서 다들 저렇게 멀쩡한 표정으로 다니고 있단 말이야? 이건 사기다."
아이를 낳고 "마치 무시무시한 물건을 20년 할부로 주문한 것 같았다"는 정서경 작가.
[정서경/시나리오 작가, <돌봄과 작업> 북토크]
"필모를 보면 2009년부터 12년까지 비어 있어요. 정말 날마다 아이를 버리고 와야만 글을 쓸 수 있었어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나면 정말 하루에 힘을 다 쓴 것 같은…"
'친절한 금자씨', '헤어질 결심' 등 수많은 흥행작을 써온 그 역시, 험난한 '육아의 서사'를 피해갈 순 없었습니다.
쩔쩔매는 선배 직장맘들을 보며 아이를 낳지 않겠다 생각도 했었습니다.
[임소연/과학기술자, 대학교수]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상대적으로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고 솔직히 그랬어요. 은연중에 '나는 다를 거야'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무리 용을 써도 저만 다를 수가 없더라고요."
경력 단절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임소연/과학기술자, 대학교수]
"남자 후배들이 (교수에) 임용되는 거를 이제 봐야 했기 때문에 저들은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한 생명을 길러내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일.
일도 육아도 완벽한 슈퍼맘에 대한 환상이 존재하는 한 변화는 없을 거라고 이들은 말합니다.
MBC 뉴스 임소정입니다.
영상취재 : 장영근·이상용 / 영상편집 : 남은주 / 취재협조 : 출판사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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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임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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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맘은 없다"‥아이 낳을 결심, 그 후
"슈퍼맘은 없다"‥아이 낳을 결심, 그 후
입력
2023-02-15 20:37
|
수정 2023-02-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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