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찬 바람을 맞으며 겨울동안 잘 건조돼야 완성되는 황태.
이번 겨울은 기온이 적당히 낮아서 이렇게 잘 마른 황태가 덕장마다 빽빽하게 걸려있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짧아지고 있는 겨울은 황태덕장의 고민거리입니다.
기후변화에 적응하면서 한창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는 강원도 인제 황태덕장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국내 황태 70%를 생산하는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
황태가 잘 마르려면 겨울철 3가지 기상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낮은 기온과 적당한 눈, 그리고 바람입니다.
황태가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수분을 머금은 채로 적당히 건조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강원도 인제의 1월 평균 기온은 영하 4.6도.
1월 평균기온이 영하 0.1도에 불과했던 3년 전 겨울에 비하면 황태가 마르기 좋은 조건입니다.
한 동안 많이 오지 않았던 눈도 올해는 적당히 쌓였습니다.
[이종구/황태덕장 대표]
"날씨가 너무 좋아서 이 작황이 상당히 좋아요. 이 마른 것도 그렇고 통통하게 잘 나왔거든요."
하지만 기후변화는 이곳 황태 덕장에서도 큰 고민거리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더 이상 동해에서 명태가 잡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 해 10만톤 넘게 잡히던 명태는 2000년대에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2019년에는 아예 포획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남획과 더불어 기후변화로 인한 바닷물 온도 상승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이선길/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연구관]
"동해안의 표층 수온이 상승하다 보니까 알이 부화가 되지도 않거나 또 어린 명태가 생존하기에 부적합한 환경이 지속되다 보니까‥"
황태 덕장이 있는 강원도 인제의 겨울철 기후변화 속도도 빠릅니다.
1980년대 인제의 1월 평균기온은 영하 6.3도였지만 최근 10년 동안은 3도 가까이 오른 영하 3.7도입니다.
하루 평균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인 날도 1980년대에는 1월 한 달 중 평균 8일이었지만 최근에는 이틀로 줄었습니다.
황태 덕장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기후변화에 적응 중입니다.
1980년대에는 동해에서 잡은 명태를 계곡물에 씻은 뒤 그대로 걸어 겨우내 말렸습니다.
이제는 냉동 창고에 수입 명태를 장기간 보관한 뒤 겨울 날씨가 적당해지면 내거는 방식으로 황태를 만듭니다.
[김재식/황태덕장 대표]
"저희는 늘 걱정이죠. 지구 온난화 얘기만 나오면 이제 귀가 쫑긋하고 그러는데‥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항상 거기에 대비하려고 많은 노력은 하고 있으니까‥"
기후변화는 오래된 '맛'을 지키는 일에도 깊은 고민과 노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장영근 / 영상편집 : 이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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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민욱
[지구한바퀴] 이번 겨울 풍작 '황태'‥기후변화에도 '별미' 지킨다
[지구한바퀴] 이번 겨울 풍작 '황태'‥기후변화에도 '별미' 지킨다
입력
2023-02-18 20:24
|
수정 2023-02-18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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