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간호사법'이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 법의 제정을 두고는 이견이 많지만, 간호사의 처우가 지금보다 나아져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신규 간호사의 절반이 1년 안에 사직하는 열악한 간호 현장 때문인데, 의료계 밑바닥에서 바라본 현실을 고발하는 책을 펴낸 한 간호사를 박소희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2018년 고 박선욱 간호사, 2019년엔 고 서지윤 간호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이른바 '태움'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선배의 가르침'이란 미명 아래 일어나는 괴롭힘.
8년차 간호사 김수련도 수많은 '태움'을 보고 들었습니다.
[김수련/간호사]
"(주사 놓는 것을) 실수를 해서 (선배한테) 부탁을 했더니 선배 간호사가 후배 팔에다가 정맥 주사 바늘을 이렇게 꽂으면서 이게 지금 네가 환자한테 하는 일이야 이렇게‥"
그 또한 피해자였습니다.
[김수련/간호사]
"온갖 방식으로 다 괴롭히셨어요. 너랑 일하는 거 다 싫어해, 너랑 일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 없어‥다른 사람 앞에서 모욕을‥"
간호사 1명이 많게는 30~40명의 환자를 돌보는 현실.
그 살인적인 업무 환경이 '태움' 문화를 불러왔다고 그는 말합니다.
[김수련/간호사]
"일이 너무 힘들어요. 사실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 근무시간 내내 못 먹고 생리대도 못 갈아요. 과중한 업무 환경은 그대로 있는데 그러니까 계속 반복되는 거죠."
후배의 실수도 선배가 책임져야 하는 도제식 교육은 상황을 더 악화시킵니다.
그래서 그는 '태움'을 간호사 개인이나 집단의 특성으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합니다.
[김수련/간호사]
"(후배가) 실수한 걸 내가 커버해야해. 이 친구 대신에 내가 시말서를 써야 돼. 내가 막 가서 빌어야 돼. 이런 상황에서 이 친구한테 어떻게 관대해요."
신규 간호사의 절반가량은 1년을 못 버티고 그만둡니다.
그는 7년을 버텼지만, 결국 심한 우울증에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져 사표를 던졌습니다.
[김수련/간호사]
"사람이 죽었는데 부러운 거예요. 되게 위태로웠던 때였던 것 같아요. 입사 전 체중에 비해서 한 12kg 정도가 적었고요."
1년 전 미국의 한 병원에서 다시 일을 시작한 김씨.
밑바닥에서 바라본 한국 의료계의 불행한 현실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수련/간호사]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 수가 1명 늘어날 때마다 사망률이 7% 늘어난다고 해요. 모두의 삶에 대한 문제고 모두의 생명이 어떻게 보호받느냐에 대한 문제라는 거를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MBC뉴스 박소희입니다.
영상취재 : 위동원 / 영상편집 :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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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박소희
"주사 바늘을 팔에 꽂기도"‥'태움'을 고발하다
"주사 바늘을 팔에 꽂기도"‥'태움'을 고발하다
입력
2023-02-19 20:22
|
수정 2023-02-1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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