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스쿠터 배터리를 충전하다 아파트에 불이 났는데, 이듬해 이 아파트 화재보험료는 무려 15배나 올랐습니다.
법적으로 무조건 보험 가입을 해야 하는데, 다른 보험사들은 견적조차 내주지 않습니다.
뭔가 이상하죠.
금융당국이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배주환 기자입니다.
◀ 리포트 ▶
6개월 전, 전동 스쿠터 배터리를 충전하다 큰 불이 번졌던 한 아파트.
단체 화재보험을 들어 둔 덕에 1억 2천만 원을 보상받았습니다.
문제는 새로 갱신되는 보험료였습니다.
지난해엔 440만 원이었던 보험료가 이번엔 6천350만 원으로, 15배 가까이 오른 견적서가 최근 보험사에서 날아온 겁니다.
[권철민/관리사무소장]
"보험의 의미 자체가 없지 않느냐‥ 왜 (받은 보험금이) 1억 2천인데 6천300만 원을 내라 그러냐. 이게 3년을 가면은 보험회사는 남는다 이거. 그러면 불 나라고 기도하는 것밖에 더 되나‥"
물론 다른 보험사 가입도 알아봤지만 불이 났었다는 말을 듣고는 견적조차 내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권철민/관리사무소장]
"(다른 보험사는) 아예 (보험료를) 제시를 안 한다니까요. 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해가지고 해주는 이 보험회사 할 수밖에 없어…"
상식적이지 않은 일은 이어졌습니다.
금융감독원에 이의를 제기했더니 곧바로 보험료를 절반 이상이나 낮춘 3천만 원짜리 견적서가 날아왔고, 이후 국회에 또다시 민원을 넣었더니 이번엔 거기서 9백만 원을 더 깎은 견적서가 온 겁니다.
해당 보험사는 "정상요율을 적용한 합리적 보험료 산정"이었다며, "특약과 보장한도를 조정하다보니 차이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규정상 16층 이상의 아파트는 의무적으로 단체화재보험을 가입해야 하는데, 화재가 난 경우엔 각종 특약 추가, 보장한도 확대를 이유로 이렇게 고무줄 보험료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복현/금융감독원장]
"상식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점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습니다."
최근 2년 사이 불이 난 뒤 보험료가 2배 이상 뛴 아파트는 82곳이나 됐는데, 무려 18배나 뛴 곳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보험사들이 견적조차 내주지 않은 건 처음 가입한 보험사에 몰아주기를 위한 담합 정황까지 의심하게 합니다.
[박재호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보험금 지급했던) 그 회사만이 (계약)하게끔 자기들끼리의 담합인지 아닌지를 철저히 조사시키는 과정이 금융감독원이 해야 될 일일 겁니다."
단체 화재보험 보험료는 전체 관리비에 포함돼고스란히 아파트 입주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MBC뉴스 배주환입니다.
영상취재 : 소정섭 강종수/영상편집 : 최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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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배주환
불 났으니 15배, 민원 넣으니 1/3‥고무줄 보험료
불 났으니 15배, 민원 넣으니 1/3‥고무줄 보험료
입력
2023-02-25 20:15
|
수정 2023-02-2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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