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음주 운전 연속기획, 오늘은 음주 운전 차량에 함께 타는 이른바 '동승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음주 운전 사건에는 운전자 본인은 물론이고 음주 운전을 말리지 않고 방조하는, 동승자의 책임 또한 크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승자의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렵고, 입증을 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현실입니다.
유서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총알같이 중앙선을 넘더니 반대편 인도 전신주를 들이받는 흰색 차량.
조수석에서 휘청휘청 걸어나온 남성이 길바닥에 주저앉습니다.
음주운전자 옆에 타고 있었던 동승자입니다.
[김영춘/목격자]
"동승자는 나중에 보니까 비틀비틀하더만요. 서 있을 때도 움직이지도 못하잖아."
경찰은 면허정지 수준의 음주가 확인된 운전자를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동승자는 입건도 하지 않았습니다.
운전자가 술 마신 사실을 아는 것 만으론 처벌이 안 되고, 권하거나 돕는 언행이 확인돼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해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63명뿐입니다.
어렵게 재판에 넘겨도 처벌이 가벼울 때가 많습니다.
지난 2020년 인천 을왕리.
한 남성이 걸어나오면서 차량 리모콘으로 문을 열자, 여성이 운전석에 올라탑니다.
남녀 모두 만취한 상태였습니다.
이 차는 5분도 안 돼서 중앙선을 넘었고, 치킨을 배달하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했습니다.
[음주 차량 동승자 (2020년 11월)]
"<유가족에게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유가족들에게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법원은 남성의 음주운전 방조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만 선고했습니다.
현행법상 음주운전을 방조하면 1년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5백만 원 이하의 벌금만 물릴 수 있고, 적극독려한 사실이 확인돼도 최대 형량은 징역 3년에 불과합니다.
[박무혁/도로교통공단 교수]
"(음주운전 방조로) 처벌받는 것들을 직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범죄라고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단속 현장에선 음주 차량에 함께 탄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발견됩니다.
[경찰 - 동승자]
"<(음주운전은) '3진 아웃'이 아니라 '2진 아웃'입니다.> 그래요? <네.> 조심할게요."
정확한 규정을 모른다는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김 모 씨(가명)/서울 양천구]
"그러면 안 된다 정도로 알고 있고 자세하게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까지는 잘 몰라요."
일본의 경우 법정 최고형이 징역 10년인 위험운전 방조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법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자동 폐기되거나 상임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MBC뉴스 유서영입니다.
영상취재: 위동원, 김재현, 전승현 / 영상편집: 안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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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유서영
[음주운전 살인운전] '안 말리는' 동승자들‥처벌은 솜방망이
[음주운전 살인운전] '안 말리는' 동승자들‥처벌은 솜방망이
입력
2023-03-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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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3-03-0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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