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몰아서 일하는 대신 장기 휴가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이번 개편안의 핵심 내용인데요.
그런데 지금도 일이 많아서 초과 근무까지 하는 노동자들이, 나중에 길게 휴가를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이미 2015년부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실패'라는 게 현장의 반응입니다.
계속해서 차주혁 기자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자.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은 단순 명쾌합니다.
바쁠 때는 1주일에 69시간씩 일하는 대신, 휴가를 활성화하겠다는 겁니다.
특히 장기휴가를 강조했습니다.
[이정식 / 고용노동부 장관]
"안식월, 한달 살기 등 '장기휴가'도 가능하게 됩니다. 징검다리 연휴 단체휴가, 10일 이상의 '장기휴가' 사용도 활성화하겠습니다."
2주 연속 집중휴가제(에쓰오일), 3주일 장기휴가 보장(에스케이텔레콤), 3년마다 한 달씩 안식월 제도(카카오뱅크).
이미 장기휴가 제도를 시행 중인 기업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극히 일부 대기업에만 국한돼, 현실에선 '그림의 떡'입니다.
[봉수빈 / 직장인]
"일할 때는 몰아서 일하겠지만 쉴 때 과연 몰아서 쉬는게 지켜질까 의문이 드는 것 같아요."
일손이 모자라, 있는 휴가도 못 쓰는 대다수 기업들에 장기휴가를 강제할 수 있을까.
정부는 이미 2015년부터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연가저축제'.
못쓰고 남은 연가를 최대 3년동안 저축해 한번에 몰아서 쉬는 제도입니다.
매년 11일씩 3년을 모으면, 한번에 33일을 연속으로 쉴 수 있습니다.
그런데 33일 연속 장기휴가를 사용한 공무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발표된 정부 자료는 없습니다.
[지자체 공무원]
(33일씩 휴가 가신 분이 주변에 계신가요?)
"없죠. 대체제가 없잖아요. 안 그래도 업무때문에 못 갔는데 그렇게 33일씩 써버리면 일이 안 돌아가는 거죠."
일은 많고, 눈치볼 사람도 한두 명이 아니라, 3년동안 저축해 둔 장기휴가조차 한번에 날려버릴 때가 많다고 합니다.
[중앙부처 공무원]
"예, 저축을 하죠. 그런데 쓸 데가 없죠. 솔직히 저축해놔도 나중에 못 쓰면 그냥 소멸돼서 없어지는 겁니다."
정부가 발표한 '근로시간저축계좌제' 역시 이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몰아서 일을 하고 몰아서 장기휴가를 가라고 하지만, 사실상 초과근무 수당만 못 받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공무원노조 관계자]
"똑같아요. 우리 초과근무 돈 안 주는 거 있잖아요. 그거 모아서 이제 연가로 쓰라고 하는데, 똑같은 방법이거든요.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거거든요."
철밥통이라는 공무원들조차 실패한 제도를 민간기업,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약자들이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직장갑질119 조사 결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47%는 있는 연차휴가조차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김경배/ 영상편집: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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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차주혁
정부 실험 이미 실패했는데‥장기휴가 가능할까?
정부 실험 이미 실패했는데‥장기휴가 가능할까?
입력
2023-03-06 20:17
|
수정 2023-03-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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