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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사라진 땅에 초강력 모래폭풍, 몽골발 황사 급증

호수 사라진 땅에 초강력 모래폭풍, 몽골발 황사 급증
입력 2023-03-07 20:10 | 수정 2023-03-0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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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해마다 봄철이면 기승을 부리던 황사가 올해는 겨울에도 여러차례 우리를 괴롭혔죠.

    한반도를 뒤덮는 황사는 이제 중국보다 몽골에서 날아오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기후변화로 몽골에서 그 많던 호수와 초원이 사라지고 대신 사막이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과 가축에 치명적인 모래폭풍도 더 잦아지고, 더 사나워졌다고 합니다.

    류현준 기자가 몽골을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드넓게 펼쳐진 대지를 양과 염소가 내달립니다.

    줄을 지어 달리는 가축들이 시선을 사로잡는곳.

    말을 탄 유목민이 뒤를 따르는 이곳은 몽골입니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전혀 다른 풍광이 펼쳐집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이 물결치듯 이어집니다.

    가축을 먹일 수 있는 풀 한 포기 나기 힘든 황량한 땅.

    이곳도 얼마 전에는 양과 말이 풀을 뜯던 곳입니다.

    대부분의 몽골 중부 지역처럼 이곳 역시 기후변화로 초원은 황폐화되고 사막은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제 뒤로 펼쳐진 이 아득한 길 끝에도 80킬로미터에 달하는 사막 지대가 나옵니다.

    몽골어로 '호수가 많은 땅'이라는 지명을 가진 곳입니다.

    하늘에서 본 호수에서는 물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9개의 호수 중 5곳이 사라졌고 나머지도 곧 마를 겁니다.

    취재팀은 곳곳에서 유목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말을 탄 유목민의 뒤로 보이는 산도 원래 나무가 무성했는데 지금은 황량한 돌산이 됐습니다.

    [바트더르지/유목민]
    "어릴 때만 해도 나무가 많이 있었습니다. 잔디가 모래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제가 봤습니다."

    사막화는 남쪽으로 갈수록 더 위협적으로 변했습니다.

    2년 전 이곳에서는 살인적 모래폭풍이 마을을 덮쳤습니다.

    유목민 수백 명이 숨지고, 많은 가축이 죽었습니다.

    [막마르수렝/유목민]
    "모래바람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안으로 집어넣으려고 가는 순간에 모래가 들이닥쳐 깜깜해졌습니다. 90퍼센트에 달하는 가축이 죽었습니다."

    사막이 넓어지며 모래폭풍도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30년 전 몽골의 사막은 전 국토의 40% 정도였지만 지금은 절반을 넘어 두 배 가까기 급증했습니다.

    원인은 아시아 내륙까지 파고든 기후변화입니다.

    몽골의 연평균기온은 지난 80년간 2.25도 상승했고, 강수량은 8%나 줄어 땅이 말라붙고 있습니다.

    몽골의 기후를 장기간 추적해온 연구진은 사막화가 돌이키기 힘든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정지훈/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강도로 최근 20년 동안에 나타났기 때문에 굉장히 큰 변화고 이게 좀 돌아오지 못할 어떤 선을 넘은 게 아니냐 하는 게‥"

    몽골의 사막화는 몽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몽골에서 날아온 황사가 겨울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서울에 나타난 1월 황사로는 관측 이후 최다였습니다.

    기상청은 최근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보다 몽골에서 오는 황사가 급증하는 현상을 관측했습니다.

    [윤종민/국립환경과학원 총괄예보관]
    "기후 변화로 인해 (황사) 발원지 주변의 연평균 기온이 상승해 모래 폭풍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거든요."

    몽골의 사막화를 멈추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내 NGO가 지원해 축구장 54개 면적에 조성한 숲입니다.

    조림지를 처음 만들 당시에 심었던 포퓰러 나무입니다.

    성장 속도가 빠른 수종이라 15년 만에 6미터 크기로 자라났습니다.

    숲이 자라면 바람을 막아주고, 건조한 땅도 촉촉하게 해 주기 때문에 사막화를 어느 정도 막아줍니다.

    [바트히식/푸른아시아 조림지 관리자]
    "나무를 심기 전에는 모래바람이 많이 불어서 힘들었는데 심고 나서부터 피해가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몽골은 너무 넓고 나무를 심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북극과 남극을 녹이고 극단적인 한파와 폭우를 퍼붓는 기후변화가 몽골에선 사막을 만들고 있습니다.

    수천 년간, 양과 말을 키우며 살아온 유목민들.

    온실가스 배출과는 큰 상관없는 삶을 살아왔지만 지금 그들은 기후변화의 폭탄을 맞고 있습니다.

    내일은 더이상 유목이 불가능해 도시 빈민으로 내몰리고 있는 유목민들의 상황을 전해드립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영상취재 : 김신영 / 영상편집 : 안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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