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경기도 포천의 돼지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태국인 노동자 소식, 얼마 전에 전해 드렸는데요.
숨진 노동자가 지내던 숙소가 공개되면서 공분이 일고 있습니다.
이 노동자는 10년 동안 돼지우리 옆에 있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면서 일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다영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돼지 1천여 마리를 사육하는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
농장 주변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태국인이 혼자 고용돼 일했던 곳입니다.
[김달성 목사 / 포천이주노동자센터]
"이게 돼지가 살고 있는 그런 돈사들이죠. 하나 둘 이렇게 있고요, 셋…"
방역복을 입고 농장 안에 들어가 봤습니다.
대문도 없는 슬레이트 지붕 건물이 보입니다.
숨진 태국인 노동자가 살던 곳입니다.
대낮에도 빛이 들지 않아 캄캄하고, 방은 불에 취약한 샌드위치패널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김달성 목사 / 포천이주노동자센터]
"여기가 방이고요. 그런데 이렇게 허름한 시멘트 벽돌로 지은 가건물 안에 방이 가로 세로 한 2m, 3m 정도…"
바닥에는 돼지 사체가 널려 있습니다.
돼지우리 안에 사람이 사는 집이 있는 겁니다.
숨진 태국인 노동자의 방에서 이렇게 한 다섯 걸음 정도 걸으면 돼지들이 있는 돈사가 나옵니다.
돼지들이 꿀꿀거리는 소리와 분뇨 냄새가 집 안에 가득 퍼집니다.
[김달성 목사 / 포천이주노동자센터]
"24시간 사실 대기 노동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밤에 새끼를 낳기도 하고, 그걸 밤에도 관리를 해야 되고‥"
오히려 돼지우리보다 화장실이 더 멉니다.
문 대신 얇은 비닐만 있는 화장실은 수도시설 하나 없이 용변을 보는 구멍만 뚫려있습니다.
태국인은 이곳에서 10년간 일하다 숨졌는데, 농장주는 시신을 트랙터로 옮겨 산비탈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현장에선 태국인이 복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기침약 등도 발견됐는데, 열악한 노동환경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엄중식 /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가축의 분비물이나 또는 배출물들, 여러 가지 다양한 소독제라든지‥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좋아지기는 어렵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농장주는 경찰 조사에서 미등록 외국인을 고용한 게 알려질까봐 두려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MBC뉴스 문다영입니다.
영상취재: 김재현/영상편집: 정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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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문다영
문다영
"방에서 다섯 걸음 가면 돼지우리"‥태국인 숙소 가보니
"방에서 다섯 걸음 가면 돼지우리"‥태국인 숙소 가보니
입력
2023-03-0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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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3-03-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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