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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활활 타는데도 쇠창살 잠그고 간수만 탈출‥멕시코서 38명 사망

불 활활 타는데도 쇠창살 잠그고 간수만 탈출‥멕시코서 38명 사망
입력 2023-03-29 20:06 | 수정 2023-03-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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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멕시코에서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이민자들이 화재로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민자 수용소에서 불이 나면서, 감금돼 있던 중 남미 이민자 서른여덟 명이 숨졌는데요.

    불이 났는데도 이민청 직원들이 출입문을 열어 주지 않고 도망가는 장면이 CCTV에 그대로 잡혔습니다.

    이 소식은 워싱턴에서 왕종명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기다리던 남편이 구급차 안에 시신으로 누워있는 걸 발견한 아내가 절규합니다.

    남편을 잡아 가둔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봤을 때만 해도 빠져나오지 못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비앙글리/화재 희생자 아내]
    "모든 사람을 그 일대로부터 멀어지게 했지만, 수용자들은 그대로 갇혀 있었어요. 문을 열어주지 않았어요."

    아내의 증언은 사실이었습니다.

    건물 내부의 CCTV 영상입니다.

    창살 안에서 불길이 치솟자 수용자들이 문을 열어달라며 창살을 발로 걷어차지만 제복을 입은 직원들은 잠긴 문을 그대로 둔 채 도망칩니다.

    [에밀리오 호세/이민 대기자]
    "비록 불법이거나 체류 승인이 없다 해도 우리도 감정이 있는 인간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세요."

    다리 하나만 건너면 미국 땅인 멕시코 최북단 도시의 이민자 수용소 화재로 지금까지 38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습니다.

    수용자 68명 중 단 한 명도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모두 중남미 출신으로 멕시코나 미국행 망명 절차를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본국으로 추방될 거라는 소식을 들었고 분노한 수용자 중 한 명이 건물 내부에 불을 질렀습니다.

    멕시코 정부는 수용자들이 스스로 저지른 참사로 규정했습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멕시코 대통령]
    "수용소 매트리스에 불을 질렀습니다. 그들은 이 불이 끔찍한 비극을 불러올 줄은 예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도망칠 것을 걱정해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은 것은 물론 이민자를 무조건 범죄자로 치부해 체포 과정에서 폭력을 가하고 수용 능력을 넘는 과도한 인원을 작은 방에 몰아넣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이민 정책에도 불똥이 튀게 됐습니다.

    불법 이민자를 무조건 추방시키던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이 작년 연말에 끝날 예정이어서 기대에 찬 난민들이 국경 지대에 구름처럼 몰려갔지만 바이든 정부가 오히려 이 정책을 강화하면서 수십만 명의 발이 묶여 버린 겁니다.

    이번 참사를 대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국무부는 다른 나라의 시설에서 발생한 일을 두고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이민 정책과 관련이 없다며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겁니다.

    워싱턴에서 MBC뉴스 왕종명입니다.

    영상취재 : 김태효(워싱턴) / 영상편집 : 최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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