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한국에 대한 배상은 개인에 대한 배상을 포함해 다 끝났다는게 일본의 일관된 입장이죠.
윤석열 대통령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해왔고, 강제동원 배상해법의 논리도 이런 거였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이런 입장을 뒤집는 외교문서가 30년만에 공개됐습니다.
당시 한일협정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의 청구권은 아직 남아있다고, 당시 협상에 참여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물론 일본 측 협상 실무자도 생각했다는 겁니다.
장인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1991년 8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지역 전후 보상 국제포럼.
포럼에는 민충식 전 호주대사가 참석했습니다.
민 대사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대통령 정무수석 비서관을 지냈습니다.
협상 과정을 속속들이 들여다봤던 민대사는 포럼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한일 양국 정부 간 및 국민 간 인식의 차가 크다"면서 "개인의 청구권이 정부 간에 해결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 의문이 남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당시 교섭 대표간에도 협정이 정부간 해결을 의미하며 개인의 권리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암묵적인 인식의 일치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1965년 협정을 주도했던 "일본의 시이나 애쓰사부로 외무상도 동일한 견해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가간 협정에도 개인의 청구권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공통된 인식이 당시 한일 양국 간에 있었음을 명확히 한 겁니다.
주일한국대사관은 포럼의 내용을 대외비문서로 만들어 본국에 보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서 말미에 "정치적 해결이 아니라 명확한 법적 해결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달았습니다.
일본 전범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2018년 우리 대법원의 판결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개인청구권문제까지 해결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해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지난달 21일 국무회의]
"1965년의 한일 기본조약과 한일 청구권협정은 한국 정부가 국민의 개인 청구권을 일괄 대리해 일본의 지원금을 수령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한일정상회담에서 우리 대법원 판결이 그동안의 정부 입장과 다르다는 말도 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뒷받침하는 외교문서가 공개되면서 개인청구권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장인수입니다.
영상취재 : 김신영 / 영상편집 :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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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장인수
"개인 청구권은 살아있다" 대외비 문서 30년만에 공개
"개인 청구권은 살아있다" 대외비 문서 30년만에 공개
입력
2023-04-06 20:16
|
수정 2023-04-0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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