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이번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이 3백 명이 넘습니다.
급박했던 상황에서 몸만 간신히 빠져 나왔던 이재민들은, 오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을 찾아 갔는데요.
형체조차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타버린 집터 앞에서, 절망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백승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시뻘건 불기둥이 펜션 건물을 순식간에 집어삼켰습니다.
불길은 빠르게 번져 건물 안에 모든 것을 순식간에 태워버렸습니다.
하루가 지나 다시 찾은 펜션.
1층 사무실에 금고가 새까맣게 탔습니다.
금고 안 있던 5만 원권 지폐들도 고스란히 재로 변했습니다.
인부들에게 줄 돈 천만 원도 책상 밑에 있었는데 모두 타버렸습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였지만 너무 빨리 번지는 불 앞에 챙겨 나올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이종순/이재민]
"불이 나서 앞이 안 보이는데 내가 저거(돈) 들고 나가서 뭔 영화를 누릴까 하는 생각에 그냥 다 놓고 그냥 빈손으로 나왔어요."
재산보다 가족 같은 반려동물부터 챙겼던 한 주민은 결국 애지중지하던 고양이를 눈앞에서 잃었습니다.
[김영삼/이재민]
"밖에 있는 이 고양이 데리고 차 끌고 나가야지(했는데) 시간이 안 됐어요, 그 시간이. 한 마리는 못 데리고 나갔어요."
대피소에서 속속 집터로 돌아온 주민들.
하지만 남은 것은 절망감입니다.
[최영주/이재민]
"여기 우리 집터거든요‥"
네 사람이 함께 살던 집은 이제 흔적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급히 대피하면서 두고 간 차량도 이렇게 안이 다 타고 녹아내린 모습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금은 찾을 수 없고, 귀금속이라도 찾아보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최영주/이재민]
"방 쪽에 아기 돌 때 받았던 거 금붙이가 다 들어있었는데 하나도 못 건지고‥여기 어디 묻혔을 거 같은데‥"
추억이 담긴 물건을 발견하자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습니다.
[최영주/이재민]
"남아 있어라. 제발 이거라도 남아 있어라. 결혼할 때 이렇게 있잖아요. 했던 거 농 밑에 넣어놨던 것‥이거 말리면 살릴 수 있을까‥"
이번 산불로 지금까지 주택 59채가 불에 탔고 이재민 331명이 강릉 아레나 대피소 텐트에서 대피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MBC뉴스 백승우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우 / 영상편집 : 정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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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백승우
"눈 앞에 있는 돈도 못챙겼다"‥이재민들, 폐허 앞에 망연자실
"눈 앞에 있는 돈도 못챙겼다"‥이재민들, 폐허 앞에 망연자실
입력
2023-04-12 20:02
|
수정 2023-04-1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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