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수사에 허위 자백"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재심 열리나

◀ 앵커 ▶

14년 전,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시고 마을 주민 2명이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딸이 공모해 엄마를 살해한 것으로 결론 나면서 충격을 줬었는데요.

그런데 얼마 전 재심 청구 과정에서, 사건의 유일한 증거였던 부녀의 자백이 부당 수사에 따른 것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강서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09년, 전남 순천시 황전면.

이 마을에서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시고 마을 주민 두 명이 숨졌습니다.

검찰은 당시 20대인 딸과 60대 남편이 성관계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아내이자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보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1심 재판부는 부녀의 진술이 일관적이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중요한 진술이 일치한다며 남편과 딸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습니다.

[검찰수사관/2009년 7월, 현장검증]
"왜 한 병만 탔어?"
<두 병 다 타면 들킬까 봐.>
"들킬까 봐. 그래 응, 한 병만 탔다는 거지."

그런데 대법 판결 11년 만인 최근 법원에 재심 청구가 제기됐습니다.

사실상 이 사건의 유일한 유죄 증거는 부녀의 자백인데, 글을 쓸 줄 모르는 남편과 지능이 낮은 딸을 상대로 강압적이고 부당한 수사를 통해 자백을 받아냈다는 겁니다.

재심을 청구한 박준영 변호사는 11시간 분량의 검찰 조사 영상을 근거로 자백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검찰 조사 영상]
"아 똑바로 앉아봐. 똑바로. 말이라고 막 나오는 게 아니고 좀 생각을 해서 해봐 생각을. 백 00씨. 생각을 해보세요."
<네.>
"왜 거짓말했습니까?"

박 변호사는 또, 검찰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감췄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당시 부녀가 오이농사에 쓰기 위해 청산가리를 보관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는데 '오이 농사에 청산가리를 쓰지 않는다'는 내용의 진술 조서들은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박준영/변호사]
"수사 기록을 보면 피고인의 무죄 증거들이 꽤 있는데 (검찰이) 그걸 제출을 안 했어요. 또 제대로 된 자백을 하지 않고 부인하는 내용도 상당히 많습니다."

재심 개시 여부를 다투는 2차 심문기일은 다음 달 23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MBC뉴스 강서영입니다.

영상취재 : 배준식 (여수) / 영상제공 : 박준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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