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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활주로에서 고추 말린 지방공항‥사실일까?

[알고보니] 활주로에서 고추 말린 지방공항‥사실일까?
입력 2023-04-21 20:16 | 수정 2023-04-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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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지방 공항을 지을 수 있는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여권 정치인들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표현이 '활주로에서 고추 말리는 공항'입니다.

    지방공항 건설이 논란이 될 때마다 이용객이 없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의 근거로 이 표현이 등장해 왔는데요.

    실제로 지방 공항 활주로에서 이런 일이 있었던 건지, 팩트체크, 알고보니에서 따져봤습니다.

    활주로에서 고추를 말렸다고 지목되는 공항은 전남 무안공항입니다.

    지난해 오간 항공편이 192편, 이용객이 2만 9천여 명으로 많지 않은데요.

    여기에서 주민들이 활주로에 고추를 말리는 사진이 찍혔다는 겁니다.

    [윤희숙/전 국민의힘 의원(지난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공항 만들어 놓으면 어마어마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데 전에 어딘가요? 무안인가요? 왜 동네 주민이 고추 말리는 사진이 굉장히. (화제가 됐었죠. 공항.)"

    이런 내용은 여러 언론 기사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텅텅 빈 활주로에 인근 주민들이 수확한 고추를 말리는 장면으로 화제가 됐다", "무안공항은 활주로에서 고추를 말리는 사진으로 곤욕을 치렀다"는 겁니다.

    문제의 사진을 찾아봤습니다.

    한국언론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에서 검색되는 1990년 이후 '공항'과 '고추'가 함께 언급되는 기사는 모두 862개였는데요.

    이 기사들을 일일이 다 확인해 봤지만 공항에서 고추를 말리는 사진도, 그런 내용을 담은 기사도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무안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에도 사실을 확인해 봤는데요.

    공사는 "활주로에서 고추를 말린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공항 시설에 일반인이 출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활주로는 보호구역이라 아무나 출입할 수 없고, 활주로에 이물질을 놓는 것도 법에 따라 엄격히 규제되고 있습니다.

    그럼 이런 주장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최초로 확인되는 건 지난 2004년 국회 대정부질문입니다.

    [이종구/당시 한나라당 의원 (2004년 11월, 국회 대정부질문)]
    "아시다시피 김제공항 활주로가 고추 말리는 데 쓰인다 이런 얘기입니다. 정부가 하는 투자 효율성이 이렇게 엉망인데…"

    실제 완공된 공항이 아닌, 당시 공사를 추진 중이던 전북 김제공항 부지에서 고추를 말리고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는 적자가 심한 공항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실처럼 여겨져 정치인의 발언과 언론 보도 등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됐습니다.

    지역공항 건설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경제성과 지역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냉정히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실제 있지도 않았던, 지방을 비하하는 의미의 표현으로 진지한 논의를 가로막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알고보니 이준범입니다.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자료조사: 박호수, 박호연 / 영상편집: 안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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