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지난 강릉 산불 당시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가 산불이 발생한 지 35분이 지나고 나서야 주민들에게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강릉시의 경고가 늦어지면서 최초 발화지 인근의 주민들은 산불이 난 사실도 모른 채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뒤늦게 가까스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아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펜션 단지도, 상가도 강한 불길과 함께 희뿌연 연기에 휩싸였습니다.
시속 100km가 넘는 태풍급 강풍을 타고 산불은 도심까지 집어삼켰습니다.
불이 너무 빨리 번져 대피마저 초를 다투는 상황이었습니다.
[골프장 직원]
"어머 어떻게 나가 지금 여기 출입구도 못 나가. 불이 양쪽으로 붙어서‥"
119 상황실에 산불이 접수된 건 8시 22분.
강릉시청은 8분 뒤 인지했습니다.
그런데 첫 재난 문자를 보낸 시각은 8시 57분, 첫 신고 후 35분이나 지난 뒤였습니다.
산불은 시작된 지 10분 뒤에 발화지에서 2km 떨어진 마을까지 번졌습니다.
하지만 대피 문자도, 안내방송도 없었습니다.
[조인숙/강릉시 저동 산불 피해 주민]
"(방송이나 문자나) 없었어요. 그것(재난문자)은 동네 다 불타고 나서 '아레나(대피소)' 가라고. 그때 우리가 좀 더 늦게 눈치가 늦었고, 늦잠 잤으면 우리는 튀어나오지도 못했어."
멀리서 크게 연기가 나는 것을 본 주민은 무슨 영문인지 몰랐고, 바로 앞집 사람들이 지붕에 물을 뿌리는 걸 목격한 이웃들도 커피를 마시면서 대피하지 않았습니다.
[조인숙/강릉시 저동 산불 피해 주민]
"물 뿌리는 거 보고 이 뒤에 분들이 이랬대. '아 바람 부는 데 저 아저씨가 왜 아침부터 저기서 물 뿌리냐'고… 이 뒤에 분들은 커피 마셨대."
재난 문자 내용도 경포동 10통, 11통처럼 행정 단위인 '통'으로 표현돼 주민들은 본인이 대피 대상인지도 몰랐습니다.
[임명신/강릉시 저동 펜션 주인]
"이쪽이 저동골길이니까 저동골길 일대든지 안현동 일대든지 이렇게 얘길 했으면 더 수월하게 알았을 것 같아요."
강릉시는 바람 방향과 불의 진행 방향이 바뀌는 바람에 대피 지역을 다시 파악하느라 문자발송이 늦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행전안전부는 지침으로 재난문자방송 송출 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정작 최소 몇 분 안에 이뤄져야 한다는 발송시간에 대한 기준은 마련해 놓고 있지 않습니다.
MBC뉴스 이아라입니다.
영상취재 : 김창조(강원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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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이아라
산불에 주택·펜션 다 탔는데‥강릉시, 35분 뒤에야 대피문자 발송
산불에 주택·펜션 다 탔는데‥강릉시, 35분 뒤에야 대피문자 발송
입력
2023-04-24 20:37
|
수정 2023-04-2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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