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렁거리는 손가락 잡고 도움 요청‥기아차 "노동자 책임"

◀ 앵커 ▶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일하던 20대 인턴 계약직원이 작업 중 손가락을 크게 다쳤습니다.

해당 작업장에 처음 투입된 날 당한 사고인데, 현장에선 2인 1조 근무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기아차는 처음에 책임을 일부 인정했지만, 노동청에는 다친 노동자의 책임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임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인턴 계약직으로 일하던 22살 오 모 씨.

지난 3월, 새 작업장에 배치됐습니다.

그런데 처음 투입된 날 다시 떠올리기 힘든 사고를 당했습니다.

왼손 두 번째 손가락이 기계에 끼면서 거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전치 8주의 중상을 당한 겁니다.

[오 모 씨/기아자동차 산학 인턴]
"(손을) 못 쓰고 있다고 해야 되나. 이게 다 편 상태라서‥취업하기 위해서 다른 데 가서도 해봤다. 이런 걸 갖고 있었는데 다 없어지니까 우울한‥"

안전사고에 대비해 2인 1조로 일하게 돼 있었지만, 당시 현장엔 오 씨뿐이었습니다.

교육과 안전을 담당하는 직원은 전화 통화를 한다면서 처음 기계 앞에 선 오 씨만 남겨 놓고 자리를 비웠습니다.

오 씨는 거의 떨어질 것 같이 붙어 있는 손가락을 붙잡고 도움을 요청해야 했습니다.

기아차도 처음에는 사고 책임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사고 직후 기아차가 작성한 자체 보고서를 보면 신규 작업자에 대한 교육이 미흡했다는 점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하지만, 보름 뒤 지방노동청에는 다른 내용을 보고했습니다.

사고는 안전교육을 실시한 뒤 작업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며, 원인은 노동자에게 있다는 겁니다.

[오 씨 가족]
"산업 조사표를 받아보니까 너무 아닌 부분들이 많아서 자기는 보고서 받고 그걸 썼는데, 재해자 측에서는 아니다‥"

현재 기아차가 사고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면서 산재 보상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기아차는 오 씨가 안전교육을 받았다고 인정하면 산재 처리에 동의해 줄 수 있다며 오 씨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관계자]
"회사는 안전 교육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서 피해 학생의 치료와 산재 처리 등에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며‥"

오 씨는 다친 상태로 다른 일자리를 구하지도 못한 채 자비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MBC뉴스 임지은입니다.

영상취재 : 임원후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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