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이혼 가정에서, 부모 중 한 사람이 아이들이 떨어져 사는 엄마 또는 아빠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걸 '부모 따돌림'이라고 부릅니다.
이 경우 자녀에게 옛 배우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심어줘서, 미워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런 행위가 아이들에게 우울감과 자기혐오를 불러오는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차현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6년 이혼한 30대 남성 심 모 씨.
두 살이던 딸, 은정(가명) 양에 대한 양육권은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부인에게 돌아갔습니다.
대신 심 씨에겐, 한 달에 세 번씩 만나는 '면접 교섭권'이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딸과의 만남은 생각보다 힘겨웠습니다.
[심 모 씨 (가명)/친부]
"처음에 첫 면접 교섭 날 이틀 뒤에 사설 심리상담소를 갔더라고요. 그 이유가 아이가 분리 불안이 있어서 엄마랑 떨어질 수 없다‥"
딸을 보러 찾아갔던 어느 날, 심 씨는 현관문 밖에서 전 부인과 장모, 딸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습니다.
전 부인이 "아빠를 만나면 울라"고 했지만 딸이 거부하자, 장모는 비속어까지 써가며 혼을 냈다고 합니다.
엄마와 외할머니의 성화에 못 이겼는지 딸은 언제부턴가 아빠를 만나면 칭얼대기 시작했습니다.
이걸 근거로 전 부인은 법원에 '면접교섭 배제'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이 심 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년 반 만에 재회한 딸은 아빠를 만나기 싫다고 했습니다.
[심 모 씨 (가명)/친부]
"(마지막 만났을 때) 헤어지기 몇십 분 전까지도 사랑한다고 만났던 이야기했던 아이가 그렇게 돌변한다는 것은 아빠 역량은 아니지 않습니까‥그만큼 아이가 그동안 (양육부모에게) 세뇌가 됐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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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절룩거리며 편의점 안으로 들어오는 남자아이.
지난 2월, 계모의 지속적 학대에 시달리다 숨진 11살 이시우 군의 사망 전날 모습입니다.
친엄마는 학대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이시우 군 친모]
"정말 애지중지 남들이 너무 유난 떤다 싶을 정도로 키웠던 아들이거든요."
시우를 언제든 만나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양육권을 가져간 남편이 약속을 지킨 건 이혼 직후 딱 두 번이었습니다.
[이시우 군 친모]
"(면접교섭 당시) 공룡 박물관 가고 그전에는 서울랜드도 갔었고‥이제 마지막으로 두 번 보여주고 그냥 연락 차단하고 집까지 이사 가버리고"
아들 학교에 가서 기다려도 보고, 계모에게 부탁을 해봐도 싸늘했습니다.
[이시우 군 새엄마 (작년 5월)]
"한 번만 더 진짜 시우 학교 앞에 아니라 먼발치에서 보다가 걸리지도 마 진짜 그런 행동하지 마 나 진짜 정말 이제는‥"
이른바 '부모 따돌림'.
이혼 뒤 양육권을 가진 쪽이 옛 배우자와 자녀를 못 만나게 하는 겁니다.
집 밖에서 따로 만나야 하는 친부모에 대해 적대적 이미지를 심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 입장에선 정서적 학대라는 지적입니다.
[송미강/부모따돌림방지협회 대표]
"반쪽인 내 아빠 혹은 엄마가 나쁜 사람이고 우리 나를 괴롭힌 사람이고 아주 이기적이고 그런 사람이다라고 하면‥상당히 우울해지고 막 자기 혐오감도 올라오고‥"
이렇게 면접교섭을 방해해도 법원의 과태료 처분이 전부, 형사적 책임은 물을 수단이 없습니다.
MBC뉴스 차현진입니다.
영상취재 : 김두영, 한지은 / 영상편집 : 김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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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차현진
"아빠 만나면 울어라"‥이혼 뒤 '부모 따돌림'에 멍드는 아이들
"아빠 만나면 울어라"‥이혼 뒤 '부모 따돌림'에 멍드는 아이들
입력
2023-05-05 20:09
|
수정 2023-05-0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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