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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사망자 절반은 아동‥기후변화 책임 없어도 고통은 크다

가뭄 사망자 절반은 아동‥기후변화 책임 없어도 고통은 크다
입력 2023-05-05 20:16 | 수정 2023-05-05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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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기후변화는 특히 가난한 나라에, 유독 어린이들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옵니다.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프리카 동부 소말리아의 난민촌 모습을 저희가 전해드렸는데, 오늘은 여기 살고 있는 어린이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미 지난해에만 수만 명의 소말리아 어린이들이 영양부족과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는데요.

    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것조차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김민욱 기자가 현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난민촌의 아침.

    오늘도 빨간 건물 앞에는 긴 줄이 생겼습니다.

    품마다 아기를 안고 차례를 기다리는 엄마들 표정에서 깊은 근심이 묻어납니다.

    이곳은 바이도아 난민촌의 이동 진료소입니다.

    진료소 안으로 들어가 봐도 아기를 안고 온 엄마들로 가득합니다.

    아픈 아기 환자는 줄을 잇지만, 진료를 받는 건 매달 1천 명 정도뿐입니다.

    [수메이 아스디하미드/이동 진료소 의료진]
    "아이들 몇 명은 매우 심각하게 아픕니다. 많은 수의 아이들이 설사 증세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아픈 건 우선 먹을 음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긴 내전에 유례없는 가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 수입까지 어려워졌습니다.

    [나이마 압둘라이만/12세]
    "가뭄 이후에는 음식을 충분히 먹을 수 없었어요. 이곳에 와서 최근에는 구호단체로부터 음식을 받고 있어요."

    영양 부족은 질병으로 이어집니다.

    말라리아 홍역 콜레라 같은 심각한 전염병을 난민촌 아이들 대부분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마수르 우마드/14세]
    (아픈 적은 없었나요?)
    "말라리아에 걸린 적이 있어요."

    상태가 더 안좋은 아이들이 보내지는 병원입니다.

    이 병원은 바이도아 지역에서 가장 큰 아동병원입니다.

    매달 5백 명 가까운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데요.

    심각한 가뭄이 발생한 이후 환자의 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치료실마다 갓 돌이 지났을 법한 아기들이 엄마 품에 안겨 있습니다.

    영양 부족부터 해결해야지만, 음식을 넘기는 것도 힘겨워 보입니다.

    현재 소말리아에는 180만 명의 아이들이 영양 부족 상태로 파악되는데, 넷 중 하나꼴인 48만 명은 영양실조가 심각한 상태입니다.

    제때 치료를 못 받으면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소말리아에서 작년에 가뭄으로 인한 사망자 4만 3천 명 중 절반 이상이 5살 미만이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모하메드 오스만 웰리예/의사]
    "가뭄 전에도 아픈 아이들은 있었어요. 하지만 가뭄 때문에 질병이 아이들을 덮쳤고 아픈 아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더 큰 위기에 빠트립니다.

    전 지구적인 현상인데도 유독 아프리카에서, 유독 아이들에게 더 가혹합니다.

    이런 현상을 일컫는 말이 '기후 불평등'입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은 전 세계 배출량의 3%밖에 되지 않습니다.

    기후변화는 이들의 책임이 아니지만 아프리카는 전 세계에서 기후위기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곳이 됐습니다.

    우리나라의 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10위 권.

    기후변화에 한국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사이드 이세/세이브 더 칠드런 소말리아]
    "기후변화에 책임이 없는 지역이 기후변화로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한국과 다른 나라들이 알아야 합니다."

    기후 불평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부터입니다.

    우리에게도 책임에 걸맞은 실천이 필요합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위동원 / 영상편집: 안준혁 / 취재협조: 세이브 더 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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