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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을 때 이미 온몸에 휘발성 물질 말릴 수 없었다"

"도착했을 때 이미 온몸에 휘발성 물질 말릴 수 없었다"
입력 2023-05-18 19:51 | 수정 2023-05-18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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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건설노조 간부 고 양회동 씨가 분신할 당시 "곁에 있던 동료가 막지 않았다. 따라서 건설노조가 양 씨의 분신을 방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조선일보가 제기했는데요.

    바로 곁에 있었던 그 동료가 MBC에 당시 상황과 양 씨와 나눴던 대화를 상세하게 증언했습니다.

    그는 10분 넘게 양 씨를 말렸지만 설득하지 못했고, 이미 온몸에 휘발성 물질을 부은 상태였다고 했습니다.

    차주혁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고 양회동 씨의 분신을 목격한 건설노조 홍 모 부지부장.

    9년 후배인 양 씨와는 가족끼리도 교류할 만큼 친했습니다.

    [홍00/부지부장(분신 발생 당일)]
    "걔 중학교 2학년 쌍둥이 2명이 있어요. 내가 걔들을 어떻게 봐요. 큰아버지, 큰아버지 했어요."

    정신적 충격으로 외부와 소통을 끊었던 홍 씨가 MBC에 당시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사건 당일 아침, 노동절 행사 준비를 마친 두 사람은 강릉시청 화단에서 김밥을 먹으며 이런 대화를 했습니다.

    [홍00 부지부장]
    "형님, 제가 판사한테 제출할 탄원서, 그걸 써야 되는데 못 썼대요. 차에 가서 쓸 테니까 조용히 저 혼자 쓰고 싶습니다. 형님 어디 가서 가만 계세요."

    오전 9시 12분 양 씨로부터 전화가 왔고, 지금 검찰청 주차장에 와달라고 했습니다.

    [홍00 부지부장]
    "'인마, 11시에 변호사 만나기로 했는데 거기 왜 가 있냐' 그러니까 '아니, 그냥 먼저 왔습니다' 그러는 거예요. 제가 이제 '그래 알았어. 형이 금방 갈게'"

    9시 20분쯤 검찰청 주차장에서 만난 양 씨는 차량 뒤편 화단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휘발성물질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홍00 부지부장]
    "순간 섬찟하더라고요. '회동아, 이거 뭐 하냐' 그랬는데 벌써 몸에 다 뿌리고 엄청나게 휘발성 물질 냄새가 나더라고요."

    침착한 척 다가가려 했지만, 양 씨는 라이터를 몸에 대고 접근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홍00 부지부장]
    "한 통을 또 들고 있고, 벌써 이성을 잃은 사람이었어요. 내가 가니까 라이터를 가슴에 딱 대는 거예요. '오지 마세요. 형님, 오지 마세요. 오지 마세요'."

    10분 넘게 이어진 만류와 설득에도 양 씨의 심경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홍00 부지부장]
    "제가 오죽했으면 내가 '판사한테 데려다 줄 테니까 가자'고 그랬겠어요. '회동아, 죽을 일 아니다. 지부장 금방 온다니까, 금방 온다니까…'"

    유서에도 남긴 억울함, 양 씨는 자신이 공갈 협박범으로 몰린 데 대한 억울함을 계속해서 호소했습니다.

    [홍00 부지부장]
    "'형님, 저는 진짜 억울합니다. 형님, 저는 억울합니다. 공갈 협박범이래요. 애들이 알까 봐 무섭습니다. 저는 자존심 상합니다.' 내가 방법이 없는 거예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

    양 씨로부터 미리 연락받고 온 YTN 기자까지 함께 말렸지만, 양 씨는 결국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습니다.

    [홍00 부지부장]
    "그 사람도 와보고 상황이 벌써 장난이 아니니까 '선생님, 우리 이런 거 안 찍습니다. 우리 이런 거 안 찍습니다. 하지 마세요.' 그랬는데 순간 붙인 거예요."

    불이 붙는 걸 보고도 왜 바로 끄지 않았냐는 난처한 질문에, 홍 씨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홍00 부지부장]
    "불을 어떻게 꺼요. 그냥 순간 펑 했는데 제가 맨몸으로 어떻게 불을 끕니까. 진짜 불을 끌 상황이 아니었어요. 내가 같이 타 죽었어야 되는데, 주변에 어떻게 불을 끌 것도 없었고 저는 거의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아요."

    불이 붙는 폭발음에 이성을 잃은 홍 씨는 노조 지부장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홍00 부지부장]
    "'회동이 죽었어. 회동이 죽었어' 하고 그 자리에 엎드려서, 그다음부터 기억이 진짜 잘 안 납니다. 그 펑 소리에 저는 완전 갔습니다. 사람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곁에 있으면서 분신을 방조한 게 아니냐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서는 꼭 진실을 밝혀달라고 했습니다.

    [홍00 부지부장]
    "사람이 죽을 사건입니까. 그걸 누가 생각을 했고, 누가 방조를 하고, 누가 시켜요. 실질심사 받는데 이게 죽을 일이냐고요. 걔가 얼마나 자존심 상했으면 이렇게 했겠어요. 계속 울면서 '형님 나는, 진짜 나는…'"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나경운 / 영상편집: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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