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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조미애, 이채연

[집중취재M] 검은 속삭임 '널 구해줄게'

[집중취재M] 검은 속삭임 '널 구해줄게'
입력 2023-05-26 20:18 | 수정 2023-05-2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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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최근 초등학생에게 접근해 신체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받거나 실제로 만나 성범죄까지 저지른 남성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는데요.

    "예쁘다, 보고싶다, 문화 상품권을 주겠다" 이런 말로 꼬드긴 걸로 드러났습니다.

    판단이 미숙한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접근하는 위험한 손길, 얼마나 만연해 있을까요?

    MBC 취재진이 미성년자인 척하고 SNS에 글을 올렸더니 곧바로 예순 명이 접근해 왔습니다.

    조미애, 이채연 기자가 그 실태를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0대 '헬프'를 가장해 '가출했다'고 SNS에 게시글을 올려봤습니다.

    성관계는 안 하고 벗고 안고 자는 게 조건이다, 터치는 있다.

    청주에 있다고 얘길 했더니 당장 데리러 오겠다거나 퇴근하고 오겠다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정말 나타날까요?

    [이채연/기자]
    "어, 이 사람 청주에서 모텔을 잡아주겠다고 만나자는데요?"

    [조미애/기자]
    "누군데?"

    [이채연/기자]
    "'청주귀염남' 이요."

    [조미애/기자]
    "어? 이 사람 나한테도 숙박 잡아주냐고 했는데? 우리 둘하고 동시에 대화하고 있었네."

    [조미애/기자]
    "몇 명이나 그렇게(숙박 제공한다고) 연락을 해보셨어요?"

    [청주귀염남]
    "처음이에요, 이분이."

    [조미애/기자]
    "대화를 나눠본 게 한 명밖에 없다는 말씀이세요?"

    [귀염남]
    "네"

    [이채연/기자]
    "근데 이미 지금 다 무인텔 예약까지 하신 거 아니에요?"

    [청주귀염남]
    "뭐 어쩔 수 없죠. 취소를 하든지, 아니면 저라도 가서 자야죠."

    지금 흰색 차량이 이 주변을 계속 맴도는데요.

    제가 전화를 거는 척 걸어가면서 한번 접근해 볼게요.

    [조미애/기자]
    "선생님, 혹시 '국어사전'님 맞으시죠?"

    [국어사전]
    "아닌데요."

    [조미애/기자]
    "선생님 맞으신 거 같은데요?"

    [국어사전]
    "아닌데"

    [조미애/기자]
    "미성년자한테 그렇게 조건만남이라든지 유사성행위 요구를 하시면‥"

    [국어사전]
    "장난, 장난쳐 본 거예요."

    [조미애/기자]
    "이런 식으로 미성년자들 많이 만나시나요?"

    [국어사전]
    "아니요. 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진짜로."

    [조미애/기자]
    "그러면 이렇게 대화를 쓰신 이유가 뭐예요, 목적이 뭐예요?"

    [국어사전]
    "그냥 한번 보려고 했어요. 진짜로 이게 되나, 안 되나. 진짜예요."

    [조미애/기자]
    "계속 성적인 대화만 하시는데‥"

    [국어사전]
    "이렇게 해야지 오니까, 이렇게 안 하면 오질 않으니까."

    [조미애/기자]
    "그럼 만나서 뭐하시려고 그러셨어요?"

    [국어사전]
    "그냥 집에 보내려고 그랬어요."

    [이채연/기자]
    "이 사람 도착했다는데요?"

    [조미애/기자]
    "어, 저 사람인가?"

    [조미애/기자]
    "어, 어, 도망간다, 도망가. 차 번호, 차 번호!"

    [이채연/기자]
    "도망갔습니다. 와 보자마자 그냥 도망가 버리네요."

    [이채연/기자]
    "저희 MBC 취재진인데요. 미성년자한테 숙식 제공하신다고 해서‥"

    [이채연/기자]
    "나오신 김에 그냥 솔직하게 나오신 이유에 대해서‥"

    [먀옹]
    "그냥 궁금증이 있어서, 그냥 한번 어떤 건지 보려고"

    [조미애/기자]
    "이게 조건만남이라든지 이런 거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신 거예요?"

    [먀옹]
    "거의 그렇겠죠."

    [박융겸/변호사]
    "가출 청소년을 임의로 데리고 가는 경우에는 처벌받을 수 있고요. (미성년자에게) 성적인 요구 사항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거나,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가출 경험 청소년]
    "오픈 채팅 같은 거 켜서 만들었어요, 방을. 심심한데 대화할 사람 아니면 용돈 좀 줄 사람하고‥"
    <그럼 누가 들어와요?>
    "대부분 남자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좀 나이가 있는 분들 들어와서 '한 번 자면 이제 얼마를 주겠다' 아니면 '터치만 하게 해주면 얼마를 주겠다' 이런 식이었어요 다. 아니면 '몇 번만 만나자'‥(쉼터도) 잠깐 갔었는데, '밤늦게 돌아다니지 마라', '몰려다니지 말고' 그런 게 제일 싫었어요."

    [내담자 사례 대독]
    "오피스텔이 비었다고 하면서 이용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먹을 것도 사주고 혼자 지내라고 하더니 밤에 갑자기 찾아와서 성폭력 했어요." (출처: (사)탁틴내일 상담 사례 바탕 재구성)

    당시에는 피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아도 신고를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해한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철저히 악용하고 있습니다.

    [권주리/십대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
    "아이들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말 말 그대로 아이들이기 때문이거든요. 애들이 어떤 요구나 이런 거를 수용했는가에 대한 질문들을 하시는데, '왜 애들한테 그런 요구를 했을까'를 질문을 했으면 좋겠거든요. 피해 지원을 하는 실무자가 봐도 '나라도 저렇게 얘기를 하면 넘어가겠는데?'란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정교한 범죄입니다."

    MBC뉴스 조미애, 이채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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