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 ▶
워싱턴 특파원 왕종명입니다.
세계 양강, 미국과 중국이 5월 초 고위급 대화를 재개했습니다.
묵혀둔 의제가 모두 테이블에 올라왔는데 그 중 하나가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입니다.
펜타닐이 불러온 사회 문제가 미국 내에서 워낙 커지다 보니 원료를 생산하는 중국에 철저한 단속을 촉구한 겁니다.
대체 실정이 어느 정도이길래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 했는지, 미국 내 실태와 대책을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
골목마다 마약상과 중독자가 뒤엉켜 있습니다.
주민 순찰대의 경호 속에 거리를 둘러봤습니다.
[케빈 버너드/주민 순찰대]
"여기는 미국에서 가장 큰 마약 거리였죠. 지금 헤로인은 전혀 없고 펜타닐이 대부분입니다."
켄싱턴을 '좀비 동네'라고 부르는 건 '좀비 마약' 펜타닐 때문입니다.
허리를 숙이고 그대로 멈춰 선 중독자들.
중증 환자의 고통을 덜기 위해 개발된 진통제, 펜타닐이 마약으로 유통되면서 중독자의 뇌를 마비시켜 버렸고 단 2mg 이상만 복용해도 숨질 수 있습니다.
[미셸 로잔스키/응급 간호사]
"호흡을 멈추게 할 수 있거든요. 그들이 숨을 멈출 때까지 호흡을 늦추고 늦추는 거죠."
경찰이 곳곳에 배치돼 있지만 마약은 버젓이 거래되고 있고 중독자들은 공원 잔디밭에서 하루 일과처럼 약에 취합니다.
전직 트럭 운전수였다는 중독자에게 왜 마약에 손을 댔는지 물었습니다.
[펜타닐 중독자]
"우울증, 가족의 죽음, 매우 절망적이었어요. <후회하나요?> 네, 많이요. 제가 지금보다 더 낫다는 걸 알거든요."
경찰이 그들을 체포하지 않는 건 잡아 가둔다고 해서 이 거리의 참혹한 실상이 끝나지 않을 거라는 한계를 인정한 뒤 부터입니다.
켄싱턴은 단속하지 않는다는 소문에 외지에서 중독자가 몰려왔고 그렇게 그들 만의 마약 소굴을 이루었습니다.
[버디 오스본/거리의 목사]
"70%는 켄싱턴에 살지 않습니다. 이곳은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약물, 특히 펜타닐에 완벽히 접근할 수 있는 열린 마약 시장입니다."
살인, 폭행이 이어졌고 10대들까지 마약 거래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새로운 시장을 뽑는 선거 전에선 '좀비 거리'의 오명을 벗기 위한 대책이 후보들의 첫 번째 공약입니다.
[데이비드 오/필라델피아 시장 후보(공화당)]
"우선 이곳에 오는 사람의 수를 막아야 합니다. 우리가 법을 집행하겠다 발표하고 법 집행을 시작하면 간단히 막을 수 있습니다."
재작년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미국에서 7만5천 명 넘게 숨졌습니다.
1년 전에 비해 23%나 증가했습니다.
15세~44세 사망 원인 중 1위인데 총기 사망자보다 세 배 많습니다.
특히 10대 중고생의 중독과 사망이 충격을 줍니다.
펜타닐을 사탕과 젤리로 위장시켜 유통할 정도이다 보니 마약이라는 걸 모르고 먹었다가 숨지는 일이 속출했습니다.
[하이와타 콜린스/마약근절 시민단체]
"실제 복용 목적으로 만든 건 아닙니다. 밀수용으로 그 (펜타닐) 성분을 사탕과 젤리에 넣은 거죠."
미국 정부는 '펜타닐의 습격'을 감추지 않고 정치, 외교 이슈 전면에 등장시켰습니다.
원료를 생산하는 중국, 이걸 가공해 공급하는 멕시코를 상대로 강력한 대응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앤 밀그램/미국 마약단속국 국장]
"중국의 원료 제조사와 화학자, 멕시코에서 펜타닐을 대량 생산하는 범죄집단 사이 연결망이 우리의 표적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펜타닐이 미국 내부의 문제일 뿐이라며 관련성을 부인합니다.
[마오 닝/중국 외교부 대변인]
"미국의 펜타닐 남용 문제는 전적으로 '메이드 인 아메리카'에 뿌리를 둡니다. 미국은 자신의 문제를 직시해야 합니다."
워싱턴을 포함해 미국 주요 도시 거리에는 펜타닐 해독제, 자판기가 설치돼 있습니다.
처벌 만이 능사가 아니라 당장 중독 사망자부터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대책입니다.
의회는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 극소량의 필수 처방을 뺀 모든 펜타닐 유통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도 논의 중입니다.
워싱턴에서 MBC뉴스 왕종명입니다.
영상취재 : 김태효(워싱턴) / 영상편집 : 안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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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왕종명
[특파원이 간다] '좀비의 거리' 들어가 보니‥펜타닐에 마비된 도시
[특파원이 간다] '좀비의 거리' 들어가 보니‥펜타닐에 마비된 도시
입력
2023-06-05 20:13
|
수정 2023-06-06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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