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3년 전, 인천항 공사 현장에서 4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 벌어진 사고였지만,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원청인 인천항만공사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까지 했습니다.
판사는 '누구든, 어떤 과실이든 죽어 마땅한 과실은 없다'며 숨진 노동자의 과실은 양형에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윤상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020년 6월, 인천항만공사가 발주한 갑문 보수공사 현장에서 4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습니다.
현장엔 안전장치를 걸 수 있는 설비도,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대책도 없었습니다.
추락 위험이 있다는 전문기관의 지적이 불과 사고 8일 전에 나왔지만, 바뀐 건 없었습니다.
사업 발주자인 인천항만공사는 재판에서 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민간 하청업체가 시공을 담당해서 안전 상황을 챙길 수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갑문 관리는 인천항만공사의 주된 업무기 때문에 공사를 총괄·관리할 책임은 항만공사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공동시공을 맡은 업체 두 곳에 각각 벌금 5천만 원을 선고하면서도, 항만공사에는 검찰의 요청보다도 높은 형량인 벌금 1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특히 인천항만공사의 당시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재판부는 건설공사 발주를 주된 업무로 하는 공공기관에 대해, '위험의 외주화'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책임을 엄격하게 지워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2020년 6월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전이라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됐습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 씨의 사망 사고 이후 산안법에도 원청 사업주에 대한 처벌 규정이 포함됐습니다.
[권영국 변호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
"(이번 판결에서) 오히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보다 높은 형량을 부과했잖아요. 이거하고 비교해보면,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이 오히려 법의 엄정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재판부는 또 숨진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죽어 마땅한 잘못'을 평가할 자격은 아무에게도 없다"며 사측의 책임을 엄격히 물었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편집: 임주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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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윤상문
중대재해법 없이도 '노동자 추락사'에 원청 대표 '법정구속'
중대재해법 없이도 '노동자 추락사'에 원청 대표 '법정구속'
입력
2023-06-07 20:19
|
수정 2023-06-0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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