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이달 초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렀습니다.
그런데 영어 과목의 일부 문항들이 한 유명 강사의 문제집을 베낀 듯이 출제가 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지문에서 단어 몇 개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같은 내용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MBC의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구나연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고교생들의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치러진 지난 1일 저녁.
서울의 한 유명 영어 강사는 다른 지역의 아는 교사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1학년 영어 과목 43번부터 45번 문항이 선생님의 문제집 내용과 거의 같다"며 문제집을 풀어본 자신의 제자들이 문제를 거저 맞혀 고마워했다는 겁니다.
어디가 얼마나 비슷했다는 걸까.
왼쪽은 강사의 모의고사 문제집, 오른쪽은 이번 6월 학력평가 문항입니다.
4개 단락에 일치하는 단어를 색칠해보면 사실상 같은 지문이나 다름없습니다.
해병을 뜻하는 'marine'이 군인을 뜻하는 'soldier'로 표기되는 등 단어 몇 개만 바뀐 정돕니다.
마지막 문항의 경우 선택지 일부 표현만 조금 달라져 있습니다.
[영어 강사]
"코로나 때 나온 교재예요. (학생들) 부담 주고 싶지 않아서 가격 완전 낮춘 건데‥하필이면 왜 내 책이 거기 연루돼서 불공정한 것처럼 애들이 느낄까 봐."
전국의 시·도 교육청이 돌아가면서 출제를 담당하는 연합학력평가.
이번 시험은 부산교육청이 주관했습니다.
MBC 취재가 시작되자 황급히 경위 파악에 나선 부산교육청은 "중복 지문을 못 걸러낸 책임은 인정한다"면서도 "우연의 일치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당 강사는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이미 3년 전에 발간돼 여러 학원에서 교재로 쓰여온 문제집인데다, 한 영국 작가의 홈페이지 단편 글에서 가져온 지문이 어떻게 겹칠 수 있냐는 겁니다.
더욱이 유명 작가도 아닐뿐더러 당시 80여 편이나 된 홈페이지 게시글 중 정확히 같은 지문이 비슷한 유형의 문제로 시험에 나온 게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영어 강사]
"지문이 같다 하더라도 저걸 어떻게 (문제 유형을) 똑같이 순서, 내용일치·불일치, 지칭추론으로‥"
1년에 4차례 치르는 연합학력평가 문제는 전국에서 차출된 교사들이 일주일 이상 합숙하며 출제합니다.
참여 경험이 있는 한 현직 교사는 "시중 문제집과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라고 전했습니다.
MBC뉴스 구나연입니다.
영상취재 : 이종혁, 김승우 / 영상편집 : 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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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구나연
[단독] 유명 강사 문제집이 전국연합학력평가에 그대로?‥교육당국 "전혀 몰라"
[단독] 유명 강사 문제집이 전국연합학력평가에 그대로?‥교육당국 "전혀 몰라"
입력
2023-06-12 20:08
|
수정 2023-06-12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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