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책축제 '얼굴'에 블랙리스트 가담 인사?

◀ 앵커 ▶

오늘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인 서울 국제 도서전이 개막을 했는데, 도서전의 홍보대사로 한 원로 소설가가 선정이 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했던 인물로 알려졌기 때문인데요.

문화 예술 단체 회원들이 항의에 나섰는데, 마침 전시를 관람하던 김건희 여사의 경호팀이 이를 제지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임소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국제도서전의 개막식 행사장.

두 팔을 붙잡힌 송경동 시인이 밖으로 끌려 나옵니다.

한국작가회의 등 9개 문화예술단체 회원들이 행사장에 들어가려다 제지당했습니다.

"내 몸에 손대지 마!"

그 시각, 김건희 여사가 도서전을 참관하고 있어 경호팀에서 이들의 접근을 막아선 겁니다.

[권위상/한국작가회의 연대활동위원장]
"시위하고 그러려고 들어온 게 아니에요. 근데 왜 이렇게 우리를 자극을 합니까?"

문화예술단체 회원들이 나선 이유는 국제도서전의 홍보대사 6명에 원로 소설가 오정희 씨가 포함된 데 항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오 씨는 국내 여성문학의 원류로 평가받는 소설가입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가들을 기금 심사에서 배제하라는 지시를 이행한 것으로 진상 조사에서 드러난 인물이기도 합니다.

지난 정부에서도 오 씨는 한국문학관 설립추진위원으로 위촉됐다가 논란이 일자 스스로 물러나기도 했습니다.

[송경동 시인/'오정희 위촉' 항의 기자회견]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를 통해서 수사 의뢰까지 되었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한국 문화예술의 치욕과 모욕(입니다.)"

출판문화협회는 "오정희 작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있었지만, 이미 배포한 홍보물을 폐기하기 어려워 해촉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대신 "언론간담회와 토크쇼 행사에 오 씨가 참석하는 걸 취소시켰다"고 전했습니다.

또, 홍보대사 선정은 운영팀이 자율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정했고, 정부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문화계에선 '블랙리스트' 파문에 대해 별다른 사과나 입장 표명이 없던 인사를 그대로 위촉한 협회 측 인식이 안이했다고 지적합니다.

한편, 대통령실 경호처는 당시 상황에 대해 "주최 측이 선정한 참석자만 입장이 가능해서 그 외 인사들의 난입을 제지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임소정입니다.

영상취재 : 황상욱 / 영상편집 : 이화영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e-mail]
▷ 카카오톡 @mbc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