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정부가 건군 75주년을 맞아서 올해 국군의 날에 역대 최대 규모의 시가행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방부가 개발 중인 무기들을 총동원하라면서 민간 방산 업체들에게 공문을 보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여기에 소요되는 수십억 원의 비용을 업체들이 부담해야 하는데, '군 당국의 갑질'이 아니냐, 이런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정동훈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군 장병들의 퍼레이드에 이어, 전차와 장갑차, 트레일러에 실린 미사일이 줄지어 이동합니다.
지난 2013년 국군의 날을 맞아, 광화문 일대에서 펼쳐진 도심 시가행진 모습입니다.
그리고 10년 만인 올해, 군은 광화문 일대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시가행진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전하규/국방부 대변인(지난 1일)]
"국군의 위상과 또 건군 75주년, 그리고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서 실시하는 것으로.."
그런데, 최근 국방부가 한창 개발 중인 무기들을 시가행진과 기념식에서 선보이겠다며, 방산 업체 5곳에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방부가 '비공개'로 작성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 지원 요청" 공문입니다.
아직 시험 비행 중인 KF-21을 성남공항 기념식장으로 옮겨 10차례 비행 시범을 보이라고 돼 있습니다.
마찬가지, 아직 실전 배치 전인 소형무장헬기 LAH도 12회 비행 시범을 요구했고, 개발 중인 무인정찰기 UAV는 아예 분해한 뒤 기념식장으로 옮겨, 별도 도색까지 해서 전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다른 업체에는 극비리에 개발 중인 장거리지대공미사일 L-SAM 등의 전시를, 또 다른 업체에는 무인수상정 등을 시가행진에 보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특히, 여기 소요되는 최소 20억 원 정도의 비용은 업체가 전액 자체 부담하는 걸로 돼 있습니다.
업체들 사이에선 "군의 갑질"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비용도 문제지만, 갑작스런 통보에 가뜩이나 빠듯한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공식 행사에 개발이 끝나지도 않은 무기 체계를 동원한 건 전례가 없던 일입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개발 중인 최신 무기를 공개함으로써,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해 온 이번 정부의 대북 기조를 보여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업체에 '요청'을 한 것이지, '강제'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영상취재 : 이주영 / 영상편집 : 박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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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정동훈
[단독] 개발 중 무기까지 '총동원령'‥비용은 방산업체가 대라
[단독] 개발 중 무기까지 '총동원령'‥비용은 방산업체가 대라
입력
2023-06-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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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3-06-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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