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제보는 MBC, 오늘은 한 신인 영화감독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직접 쓴 각본으로 연출까지 하기로 영화 제작사와 계약을 맺었는데 갑자기 각본만 빼앗기고 감독이 교체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어찌 된 일인지, 제은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한 영화 촬영 현장.
그러나 이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기로 한 윤 모 씨는 보이지 않습니다.
감독이 최근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당초 윤씨는 2020년 10월, 본인이 쓴 각본으로 연출까지 하는 조건에 제작사와 계약했습니다.
계약금은 500만 원에 불과했고, 나머지 보수는 '협의 후' 지급한다고 돼 있습니다.
반면 감독으로서 해야 할 일은 빼곡히 적혔습니다.
'제작준비, 촬영, 편집 등에 모든 용역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추가 용역에 대한 보상은 없다', '제3자에게 용역 제공해선 안 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윤 모 씨]
"(영화) 감독 시켜줄테니까 으쌰으쌰해서 우리 다 같이 잘 만들어보자‥입봉을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믿고 가는 수밖에."
하지만, 제작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필요한 경비는 계속 나가면서 생활고가 닥쳐왔습니다.
[윤 모 씨]
"각색 작가를 고용한다든지 용역비라든지 지급을 하지 않았어요. 집이 가압류가 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고 지급을 요청드렸는데 자기(제작사)는 지급의 의무가 없다‥"
윤씨가 찾아간 중재 기구 영화인 신문고는 '불공정 계약 시정'을 권고했습니다.
그러던 지난달, 윤 씨는 자신이 건넨 각본으로 다른 감독이 연출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작사 측은 여러 차례 연출 업무 수행을 요구했지만 윤 씨가 응하지 않았다며, 각본으로 영화를 제작할 권리도 계약상 회사 측에 있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불공정 계약을 문제 삼아 계약해지를 요구했던 윤씨는 연출 기회는커녕 10년 넘게 준비해온 각본만 빼앗긴 신세가 됐습니다.
[윤 모 씨]
"각본 및 감독 계약이 두 개가 분리될 수 없는 단일한 계약서였기 때문에 계약했던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500만 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액수에 제가 계약을 하지도 않았을 거고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도입을 권고하는 영화 분야 표준 계약서.
감독을 비롯한 각 분야 종사자의 계약기간, 업무와 보수는 물론 계약 해지 조건까지 명시돼 있지만 강제성이 없습니다.
[고갑석/노무사]
"(감독 등 프리랜서는) 근로자와 달리 고용노동부 또는 노동청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는 담당 기관이 빈약하다‥"
MBC 취재가 시작된 후 제작사 측은 '각본료' 또는 '위로금'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윤 씨에게 제안하면서도, 언론 제보로 투자가 철회되거나 제작·상영에 문제가 생기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MBC뉴스 제은효입니다.
영상취재 : 이상용, 이주혁, 임지수 / 영상편집 : 남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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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제은효
[제보는 MBC] "10년 준비한 영화 대본만 빼앗겨"‥무명 감독 울린 '불공정 계약'
[제보는 MBC] "10년 준비한 영화 대본만 빼앗겨"‥무명 감독 울린 '불공정 계약'
입력
2023-06-14 20:31
|
수정 2023-06-1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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