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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4 어린이가 아빠·할머니 보살펴‥정부 지원도 못 받는 '돌봄 아동'

초4 어린이가 아빠·할머니 보살펴‥정부 지원도 못 받는 '돌봄 아동'
입력 2023-06-17 20:23 | 수정 2023-06-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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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가족을 보살펴야 하는 돌봄 청소년들.

    영국에서는 '영 케어러' 법이라고 해서 18세 미만의 돌봄 청소년을 정부가 지원합니다.

    우리 정부도 최근 관련 지원책을 내놓겠다고 했는데, 들여다봤더니 정작 도움이 더 절실한 열세 살 미만의 어린이들은 오히려 대상에서 빠져있었습니다.

    조재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1살 소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더 바쁩니다.

    4년 전부터 루게릭병으로 종일 누워만 있는 아빠를 돌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현(가명, 11세)]
    "손으로 가리키면, 아빠가 눈을 깜빡하면 그 글자를 말하는 거예요."

    "숨쉬기 힘드니 다리를 세워달라"는 아빠.

    아빠를 보살피던 87살 할머니마저 허리를 다쳐, 돌볼 사람이 한 명 더 늘었습니다.

    키는 120cm, 또래보다 한참 작습니다.

    [소현 엄마]
    "4학년인데 이제 주변에서 초등학교 1학년이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촬영을 하는 동안에도, 소현이의 신경은 온통 아빠에게 쏠려 있습니다.

    [소현 엄마-소현]
    "아빠가 침상에 올라가기 전에 그럴 때는 100% 아이들 손을 좀 많이‥ (엄마, 아빠가 불러.)"

    할머니, 남동생과 함께 사는 민정이.

    집안일 대부분을 맡아서 하고, 눈 어두운 할머니를 위해 미리 약을 챙겨 놓습니다.

    [민정(가명, 14세)]
    "혈압약, 치매약, 당뇨약, 뼈 같은 것도 안 좋으시니까 뼈 (관련)약‥"

    손발이 퉁퉁 부을 정도로 몸이 안 좋아도 할머니는 큰 병원을 찾지 않습니다.

    [민정 할머니]
    "병원에서 못 나오면, 갔다가 내가 집에 못 돌아오면 너희들은 어떡하니‥"

    장애나 질병이 있는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 일명 '영 케어러'.

    22살 청년이 생활고 때문에 병든 아버지를 숨지게 한 2년 전 '간병 살인' 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가 잇따라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초등학생인 소현이와 중학교 1학년생인 민정이는 지원대상이 아닙니다.

    '영 케어러'를 만 13세 이상 34세 이하로 한정했기 때문입니다.

    [박정연/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옹호본부장]
    "(정부의) 실태조사에서 빠져 있기 때문에 지원 대상으로도 다 배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한 어린이 후원 단체의 자체 조사 결과, 가족돌봄 아동·청소년 4명 중 1명이 만 13세 미만의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외부 도움을 받을 방법도 모르는 데다 힘든 상황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우울감에 빠지기까지 합니다.

    [지원(17세, 가족돌봄 7년차)]
    "주변에 어른이 많이 없어서‥ (엄마한테) 미안하고, 병 간호를 제대로 못한 것 같아서 또 미안하고‥"

    '영 케어러'법을 9년 전부터 시행한 영국은, 18세 미만을 모두 지원대상으로 간주합니다.

    지난 달 대통령 주재로 열린 사회보장전략회의에서도 가족돌봄청년 지원책이 발표됐지만, 13세 미만은 여전히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 김신영, 김승우, 이상용, 윤병순 / 영상편집 : 배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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