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감사원이 들여다본 2015년부터 2022년 사이, 여러 사정으로 스스로 키울 수 없는 아기를 두고 가는 이른바 '베이비박스'엔 1,418명의 영아가 남겨졌습니다.
그 가운데 나중에 출생신고를 마친 아이는 4명 중의 1명꼴에 불과했습니다.
문제는 '병원 밖에서 이뤄진 출산'까지 따지면,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사라지는 아이들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정혜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관악구의 한 위기영아보호 상담지원센터.
소위 '베이비박스'로 불리는 이곳에 지난 8년 동안, 1,418명의 아기가 남겨졌습니다.
보호자 상담을 통해 225명은 원 가정으로 돌아갔고, 148명은 입양기관에 보내졌습니다.
나머지 1,045명은 미아로 신고된 뒤 대부분 보육시설로 갔습니다.
이들은 '출생 미신고' 아이로 남습니다.
정부가 출생신고가 안 된 것으로 파악한 아동의 숫자는 2,236명.
같은 기간 베이비박스에서 미아로 신고된 아이들을 제외하면 행적을 알 수 없는 아기는 1천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종락/주사랑공동체 목사]
"병원에서 태어나지 않는 아이들은 어떻게 됩니까. 그냥 생사를 알 수가 없어요. 여기 안 오면. 정확하게 파악은 안 되지만 아마 상당수가 많은 아이들이 희생이 될 겁니다."
아이를 낳고도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출산을 했거나, 어린 미혼모와 난민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이런 경우 병원 밖에서 몰래 출산을 하기 때문에 예방접종 기록으로도 파악하지 못합니다.
나중에 마음이 바뀌더라도 복잡한 절차 탓에 신고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출생신고를 하려면 병원이나 조산원에서 발급한 출생증명서가 있어야 하는데, 병원 밖에서 홀로 출산을 하면, 법원을 통해 친모라는 사실부터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미숙/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외협력 국장]
"6개월 동안 자녀를 출생신고 못 했다. 재택 출산해서 그래서 도와달라‥119를 불렀어도 이제 이런 자세한 안내를 받지 못하면 출생신고를 못하게 되고‥"
한 아동단체가 2년 전 아동보호 전문기관과 아동 양육시설을 조사해봤더니 출생 신고가 안 된 아이가 3백 명이 넘었습니다.
실제 미등록 아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이지만, 공식적으로 집계하기 쉽지 않습니다.
[채희옥 팀장/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옹호본부]
"추산치 정도가 어느 정도이다라고 규모를 추정할 수 없는 것 그 자체가 지금 현재 문제인 것 같아요. 절차상으로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런 것도 아직 현장에서는 많이 좀 우왕좌왕하고 있거든요."
세상에 나왔지만, 자신을 입증할 이름도, 기록도 없이 위험에 노출되는 아이들.
이들을 찾아내 보호할 대책이 시급합니다.
MBC뉴스 정혜인입니다.
영상취재 : 한재훈 / 영상편집 : 장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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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정혜인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아이들‥8년간 1,418명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아이들‥8년간 1,418명
입력
2023-06-23 19:45
|
수정 2023-06-2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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