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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목격자들①] 빨라진 봄꽃 개화, 과일이 사라진 과수원

[기후위기 목격자들①] 빨라진 봄꽃 개화, 과일이 사라진 과수원
입력 2023-06-26 20:27 | 수정 2023-06-2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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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앞서 장마 소식도 전해드렸지만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 일상의 이야기입니다.

    뉴스데스크는 기후 위기를 몸소 겪은 사람들의 목격담을 오늘부터 기획보도로 전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처음 소개할 기후 위기의 목격자는 바로 지난봄, 이상고온으로 큰 피해를 입은 과수원 농민입니다.

    기후환경팀 김민욱 기자가 만났습니다.

    ◀ 리포트 ▶

    김상기 씨는 20년 전부터 경기도 파주 민간인통제선 북쪽 지역에서 유기농 배를 키우고 있습니다.

    [김상기/경기도 파주·배 농민]
    "철책선 때문에 출퇴근 영농을 하는 거죠."

    지난해와 달리, 올해 김 씨의 배나무에는 잎만 무성할 뿐 열매가 거의 안 보입니다.

    지난해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배가 하나도 없잖아요." <예년 같으면 어떻습니까?> "이 나무로 따지면 200개 정도는 배를 다는 거예요."

    김 씨의 배나무밭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이곳은 MBC 뉴스센터에 XR 가상현실로 재현한 지난 4월 김 씨의 배나무 밭입니다.

    겨울을 난 배나무는 해마다 4월이면 이렇게 하얀색 꽃을 피웁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겨울을 난 벌과 나비도 이즈음 먹이를 찾아 날아다니기 시작합니다.

    꽃가루를 옮겨주는 곤충들입니다.

    다리와 몸에 꽃가루를 묻히고 여러 꽃을 옮겨 다니며 꽃가루받이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수분과 수정이 이뤄져야 꽃이 피었던 자리에 열매가 맺힙니다.

    이것이 매년 봄이면 전국의 과수원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섭리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습니다.

    올해 3월 전국의 평균기온은 섭씨 9.4도.

    평년보다 무려 3.3도가 높은 역대 최고였습니다.

    이 때문에 4월 중순은 지나야 피던 꽃이 열흘 정도 빠른 4월 7일부터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벌과 나비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정작 곤충들이 날아다닐 때가 됐을 때는 꽃은 거의 져버렸습니다.

    이렇게 꽃과 곤충의 때가 어긋나면서 수정은 이뤄지지 않았고, 배나무엔 배가 열리지 않게 된 겁니다.

    농약뿐 아니라, 인공 수정도 안 하는 유기농법이라 피해는 더 컸습니다.

    올해가 유독 심하긴 하지만 개화가 빨라진 건 오래 전부터였습니다.

    김 씨가 20년 동안 작성해 온 농사일지, 꽃의 개화 시기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대로 기록돼 있습니다.

    2015년 4월 21일 배 농장에 배꽃이 개화하기 시작함.

    2022년 4월 18일 배꽃 피기 시작함.

    2023년 4월 5일 배꽃 피기 시작.(본격적인 개화는 7~8일)

    바로 생업의 현장에서 김 씨는 기후위기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김상기/경기도 파주·배 농민]
    "일단 기후변화에 의해서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라고 하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 다음에 다시 농사지을 수 있는 그런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농업이 특히 기후에 민감하기도 하지만, 김 씨 같은 농민의 위기는 곧 우리 밥상과 식량안보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고헌주 / 영상편집 : 김민지 / XR그래픽 : 신용호·박지호 / 타이틀CG : 하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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