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지난 2020년 서울 도심의 한 호텔에, 온몸에 문신을 한 거구의 남성들이 몰려와서 3박 4일 동안 난동을 부린 일이 있었습니다.
펀드 투자 분쟁으로 호텔 소유주를 만나겠다며 행패를 부린 이들은, 전국 10대 폭력조직 중에 한 곳인 '수노아파'였는데요.
검찰이 사건 발생 2년 8개월 만에 마흔 명에 가까운 조직원들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손구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한 남성이 호텔 직원에게 항의하는 듯 카운터의 조명을 강하게 내리칩니다.
뒤에는 거구의 남성 7명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검은 정장 차림의 남성이 다가오자, 남성 네 명이 뛰어와, 90도로 허리를 꺾어 인사합니다.
특급호텔 로비에 몰려다니는 남성들.
지난 2020년 10월, 폭력조직 '수노아파'가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을 찾아왔습니다.
3박 4일간 투숙하며, 객실에서 담배를 피고, 식당에서는 공연하던 악단과 손님들에게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온몸에 문신을 한 남성들이 사우나로 몰려가기도 했습니다.
[신준호/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
"무고한 시민들의 안전과 평온한 일상에 위협을 가한 중대 조직폭력 사건으로 판단하고‥"
검찰이 2년 8개월 만에 수노아파 부두목 등 9명을 구속하고 총 39명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들은 폭력조직 출신으로 하얏트 호텔을 인수한 KH그룹 배상윤 회장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하며 행패를 부렸습니다.
배 회장의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수십억 원 손실을 봤다는 이유였습니다.
1980년대 목포의 술집 이름을 따 결성됐다는 '수노아파'는 90년대 서울로 활동무대를 옮겨, 전국 10대 조직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유흥업소와 철거 용역업체를 주로 운영했는데, 2009년 용산참사 당시 일대 철거 작업에도 동원됐습니다.
"OOO파 화이팅! XXX파 화이팅!"
검찰은 폭력조직도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2~30대 조직원들은, 소속된 조직과 상관없이 '동갑' 또는 '또래모임'을 통해 교류하며 활발히 활동한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호텔 난동의 빌미를 제공한 배상윤 회장은, 수백억 원대 횡령 혐의로 인터풀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로, 해외 도피 중입니다.
MBC뉴스 손구민입니다.
영상취재: 정인학 / 영상편집: 오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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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손구민
특급호텔 로비에서 '90도 인사'‥'수노아파' 39명 기소
특급호텔 로비에서 '90도 인사'‥'수노아파' 39명 기소
입력
2023-06-30 20:24
|
수정 2023-06-3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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