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서울에서는 한 도로의 축대가 무너져 내리면서 주민 40여 명이 한밤중에 급하게 대피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살펴봤는데, 붕괴될 위험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위험한 경사지가 도심 곳곳에 있지만, 사실상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데요.
윤상문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어제저녁 폭우로 무너져 내린 서울 연희동의 한 도로.
무너져 내린 단면이 마치 칼로 잘라낸 듯 날카롭습니다.
이 단면 주위를 에워쌌던 축대의 큰 돌들은 흙더미와 뒤엉켜 약 3.5미터 아래 주택가로 추락했습니다.
도로를 받치고 있던 축대가 무너져 내리면서 커다란 돌덩이들이 경사면 아래에 있는 이 주택가까지 덮쳤습니다.
일대는 재개발 예정 지역으로 대부분 빈집이어서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무너진 도로의 위쪽 주민 40여 명은 한밤중에 긴급히 대피해야 했습니다.
[숙박업소 관계자]
"(구청에서) 재난이니까, 긴급이니까 방 좀 빼 달라고‥"
주민들은 큰비가 올 때마다 불안했다고 말합니다.
[임의영/주민]
"산에서 (내려온) 물이 (주변) 골목으로 막 넘치니까 항상 이 건물 사는 사람들은 항상 걱정을 했어요."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살펴봤습니다.
무너진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니 도로를 따라 길게 나 있는 균열이 먼저 눈에 띕니다.
따라가 보니 붕괴지점까지 금이 가 있었습니다.
과거 사진을 보면 균열이 더 잘 드러납니다.
오래전부터 방치돼 있던 겁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사면의 방향에 따라서 쭉 균열이 나가요. 그게 붕괴의 시작이에요. 유지 관리를 제대로 못 한거죠."
무너진 축대는 도로가 'ㄱ'자 모양으로 꺾이는 지점입니다.
경사진 도로를 따라 내려오는 빗물을 막는 시설이 없어 빗물이 그대로 축대에 스며드는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 수압으로 인해 붕괴 압력이 커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원래도) 흙의 압력이 걸리는데, 거기에다 물 압력까지 걸리면, 얘는 견디지 못해요. 균열 한 번 나면, 나고 나서 균열로 또 물이 들어가잖아요."
콘트리트로 된 옹벽이 아니라 돌로 만든 석축이라 빗물에 더 취약합니다.
이처럼 급경사 지역 중 붕괴 가능성이 높은 곳은 정부에서 따로 관리하지만, 이런 소규모 주택가의 비탈길은 사실상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어느 정도 규모 큰 것들만 관리하는데, 이거는 행정 편의적으로 관리하는 것 뿐이에요. 왜냐면 조그만 것까지 다 관리하지 못하니까."
이번 비로 부산에서도 주택 옹벽이 무너지는 등, 전국 곳곳에서 경사진 지역의 옹벽과 축대 붕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도심 내 급경사면에 대한 세밀한 실태조사와 대책이 시급합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우, 윤병순 / 영상편집 : 안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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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윤상문
[집중취재M] 위험한 경사지 주택가‥"붕괴 전조 있어도 방치"
[집중취재M] 위험한 경사지 주택가‥"붕괴 전조 있어도 방치"
입력
2023-07-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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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3-07-1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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