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이렇게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북의 산사태는 모두 열세 곳에서 발생했습니다.
현장을 살펴봤더니, 산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피해가 커지는 모습이 나타났는데요.
빗물과 함께 흙과 바위가 쓸려 내려오면서 광범위하게 피해를 입히는 '산 홍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도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마을 전체가 거대한 뻘밭으로 변한 경북 예천군 벌방리.
토사가 흘러내린 흔적을 따라 산 정상부로 거슬러 올라가 봤습니다.
날카롭게 잘린 절개면을 따라 2km 가까이 오르자 산사태가 시작된 지점이 나타납니다.
산 정상에 새겨진 흔적, 나무 몇 그루가 뽑히고 그 자리에 작은 절개지가 만들어진 모습입니다.
하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처참합니다.
토사와 나무가 흘러내렸고, 가속도가 붙으면서 수백 킬로그램에 육박하는 돌덩어리들도 산 아랫마을로 밀려 내려왔습니다.
다른 산사태 피해 지역인 예천군 백석리도 마찬가지.
정상에는 움푹 패인 흔적만 있지만, 산 아래로 마을에는 거대한 토사가 흘러내렸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산사태가 우면산 산사태 당시와 비슷한 '산 홍수'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빗물이 산에 스며들지 못하고 흙이나 바위와 함께 빠른 속도로 흘러내렸다는 겁니다.
산 정상부에서 굴러 내려온 토석류가 사과나무 밭을 거대한 협곡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산사태의 위력을 조금이나마 꺾을 수 있었던 안전장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사방댐이 산 정상부에서 시작되는 산사태를 막을 거의 유일한 대책이지만, 경북 산사태 현장에는 없습니다.
지난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당시 사방댐 유무에 따라 피해 규모는 크게 엇갈렸습니다.
[김민식/산림과학기술연구소장]
"(사방 시설이 있던) 서울 남부순환로 쪽으로 돌이라든가 토석이 하나도 흘러내리지 않았고, 그 다음 (사방) 시설이 없던, 지금처럼 없던 지역에서는 토석이 많이 흘러 내려서 인명 피해로‥"
예천에서 산사태 피해가 가장 컸던 5개 지역은 산사태 취약지역도 아니었습니다.
산사태 대비 시설이 없었던 가장 큰 이유입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산사태가 발생해 내려가는 아래쪽에 주민이 살고 있는지 주택과 민가가 있는지, 사람이 살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본다면 지금의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과는 전혀 다른‥"
울창한 산림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MBC뉴스 이도은입니다.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뉴스데스크
이도은
정상에서 마을로 흘러내린 거대한 토사‥'산 홍수' 가능성
정상에서 마을로 흘러내린 거대한 토사‥'산 홍수' 가능성
입력
2023-07-18 20:03
|
수정 2023-07-18 20:24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