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故 채수근 상병이 사고를 당한 날 함께 수색에 동원됐던 해병대원들이 "물이 가슴 높이까지 차오른다"며 여러 차례 위험하다고 호소했지만, 지휘부가 이를 묵살하고 "그냥 수색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엄중한 조사와 문책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먼저 이덕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폭우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 내성천에는 해병대 1사단 1천 2백여 명이 투입됐습니다.
폭이 좁고 군데군데 바닥이 깊어지는 곳.
채수근 상병과 함께 있던 한 해병대원은 "물이 가슴 높이까지 차오를 수 있다"는 현장의 경고가 이미 있었다고 했습니다.
[해병대원 어머니(음성변조)]
"지휘관들이 '물이 가슴까지 차오른다'고까지 했대요. 지휘관들이 위 본부에다 보고를 했대요. '(물이) 이렇게 올라옵니다.'"
영상 통화로 보고까지 했지만, 돌아온 답은 "그냥 수색해"였다고 합니다.
구명조끼는 물론 없었고, 해병대원들의 손엔 삽과 끌개만이 주어졌습니다.
[해병대원 어머니(음성변조)]
"우리 아들 말로는 (현장에서) 영상통화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수색해'라고 했대요. 그러면 얘네들이 뭘 하겠어요, 지휘관들이. 보고를 받았으니까 해야지."
모두가 알고는 있었던 '위험'.
수색 작업을 떠나며 "살아 돌아올게요"라고 했던 해병대 아들은, 채수근 상병의 실종 소식이 전해진 뒤 놀란 어머니에게 이런 문자를 남겼습니다.
"그게 나였을 수도 있었다."
어머니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해병대가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없이 대원들을 사지로 내몰았다"고 분노했습니다.
[해병대원 어머니(음성변조)]
"진짜 말도 못 할 정도로 울었어요. 밤새 울었는데도. 아유‥ 난 밤새 울면 눈물이 안 나오겠지 했는데 목요일에 뉴스 보니까 (눈물이) 또 나오더라고. 또 나와."
"살았을 때 구명조끼는 입지 못하고 죽고 나서 태극기를 덮으면 뭐하냐"는 해병대 가족의 호소.
누가 무리한 수색을 강행하도록 했는지, 현장의 판단은 왜 무시됐는지, 철저한 수사가 과제로 남았습니다.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영상편집: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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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이덕영
"물이 가슴까지‥" 위험 보고했지만 "그냥 수색해"
"물이 가슴까지‥" 위험 보고했지만 "그냥 수색해"
입력
2023-07-2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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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3-07-2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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