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교사들이 교권을 침해 당했을 때 학교에선 '교권보호위원회'를 열 수 있습니다.
작년에만 3천 건의 교권 침해가 신고됐는데, 정작 교사들은 큰 기대가 없습니다.
학부모들에게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빌미를 줄 뿐, 실제 교사들을 보호하는 효과는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 건지, 전동혁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10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한 부모가 아이에게 주의를 준 담임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습니다.
반년 간의 수사 끝에 '혐의 없음'으로 결론났지만, 담임 교사는 사실상 분리 조치됐고 교실은 혼란을 겪었습니다.
[서울 A 초등학교 교사(음성변조)]
"병가에 바로 들어갔어요. 그래서 저희 반 아이들 (종업식을) 한 달 반 남겨놓고 같이 마무리를 못한 거죠."
아동학대 신고에 대응해 학교에선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었지만 정작 교사는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학부모의 민원이나 고소의 허위성이 먼저 밝혀져야 한다'는 지침에 따라 수사가 끝날 때까지 논의가 중단된 겁니다.
무혐의 결과가 나온 뒤 교권보호위는 '학부모가 교사에게 사과하라'고 결론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서울 A 초등학교 교사(음성변조)]
"학부모에 대해서는 사실 강제 사항이 아니라 그냥 권고 사항이거든요. 학부모님께 제가 할 수 있는 요구 사항이 없어서…"
지난 6년간 교권보호위 심의 건수는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주로 이뤄진 2020년을 제외하면 해마다 2천5백여 건에 달하고, 지난해에는 처음 3천 건을 넘어섰습니다.
교사들은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지 않는 교권 침해 사례는 더 많다고 말합니다.
[왕건환/교사노조연맹 교권정책자문위원]
"아동학대로 맞고소를 당할까 봐서, 또는 업무 관련자들이 민원에 시달릴까봐 미안해서‥선생님들이 많이 포기를 하세요."
특히 학교장들도 기피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학부모가 교권보호위의 처분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나 취소 소송을 내면 학교장이 당사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서울 B 초등학교 교사(음성변조)]
"학교에서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죠. 교권보호위원회 열어서, 만약에 이 결과에 대해서 학부모나 학생이 불복할 경우에는 기관장을 상대로 소송을 하잖아요."
현장의 교사들은 교권보호위원회의 처분에 강제력을 부여하든지, 학부모의 과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는 게 우선이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전동혁입니다.
영상편집: 김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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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전동혁
'교권 침해' 3천 건‥역할 못하는 '교권보호위원회' 왜?
'교권 침해' 3천 건‥역할 못하는 '교권보호위원회' 왜?
입력
2023-07-25 20:04
|
수정 2023-07-2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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