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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살 나이 몸이 굳어갔다"‥'파킨슨병' 걸린 반도체 노동자

"33살 나이 몸이 굳어갔다"‥'파킨슨병' 걸린 반도체 노동자
입력 2023-07-31 20:05 | 수정 2023-07-3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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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근육이 굳어가는 '파킨슨병'.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인데, 주로 60대 이상의 고령층에서 많이 생깁니다.

    그런데 반도체 공장처럼 평소 화학물질에 많이 노출되는 노동자들 중에 30대, 젊은 나이에 파킨슨병에 걸리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산업재해로 인정받고 제대로 보상을 받고 있는지, 오늘과 내일, 이틀에 걸쳐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서른세 살의 나이에 파킨슨병에 걸렸지만,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한 반도체 노동자의 이야기를 김지인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휠체어에 구부정하게 앉은 남성.

    혼자선 받침대에 발조차 올리지 못합니다.

    다리 근육이 굳어가는 중입니다.

    지난 2002년 광반도체, 즉 LED 제조업체에서 2년간 일했던 신모씨는, 퇴직 6년 뒤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33살이었습니다.

    [신 모 씨]
    "동료가 '왜 다리를 절어?' 그러는 거예요. 저한테… 암담했죠. 그때 제 아들도 이제 막 돌을 지나고 그랬거든요."

    처음엔 손이 떨리더니 점점 몸이 굳었습니다.

    "왜 병에 걸렸을까"…

    반도체 노동자의 희귀병이 사회문제화되면서, "자신도 그럴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 씨 어머니]
    "'삐' 소리가 들렸는데 못 들었나봐요. 동료들이 '죽을 일 있냐' 그런 소리를 했다는 거예요. (얼마나) 작업 환경이 엉망진창이었으면…"

    2017년, 대소변을 못 보는 건 물론 약조차 혼자 못 먹을 정도로 몸이 굳은 신씨는, 늦게마나 산업재해를 신청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발병원인을 알 수 없고, 신씨의 화학물질 노출 정도가 높지 않았을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문은영 변호사/신 씨 변호인]
    "20년 전의 작업 환경을 다시 구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부직포로 되어 있는 옷과 마스크 정도를 착용하는 게 다였고요."

    33살에 시작된 병, 47살이 되서야 처음 산업재해로 인정받았습니다.

    법원이 "하루 12시간씩 주 7일간, 보호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화학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재해로 보상하라"고 판결한 겁니다.

    기쁨도 잠시… 근로복지공단은 항소했고, 신씨의 몸은 점점 더 굳어가고 있습니다.

    [신 씨]
    "젊은 나이에 병을 얻어가지고‥ 가정을 부양해야 되는 사람인데… 좀 더 넓게 생각을 하셔서 도와주시면 좋겠다 생각을…"

    MBC뉴스 김지인입니다.

    영상취재: 손지윤 / 영상편집: 박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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