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에 우리는 잘 대비하고 있는지 짚어보는 연속 기획, 오늘은 이번 장마 동안 많은 인명피해를 가져온 산사태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산사태는 특히 숲 관리를 위해 만든 임도와 대규모 나무 벌채를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산림자원의 보존과 채취, 그 득과 실을 다시 한 번 제대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환경팀 김민욱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5일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동사리.
토사가 축사와 농경지를 덮쳤습니다.
산사태 시작점을 찾기 위해 드론을 올려보내니 산 중턱에 여기저기 무너져내린 길이 보입니다.
올라가 봤습니다.
"(여기 그냥 툭 끊어져 나갔네요 길이.) 네. 여기는 위험해요."
산길이 50미터 가량 무너져 있습니다.
토사가 쓸려내려간 자리에는 묻혀있던 배수관까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길 안쪽도 지반이 깊숙이 패여 나간 상태입니다.
산림청이 숲 관리와 산불 방재를 위해 놓은 임도입니다.
무너진 임도를 지나 더 들어가 봤습니다.
임도 바로 위쪽에도 아래쪽에도 곳곳이 무너져 있습니다.
산사태로 쓰러진 나무에 길이 막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14일 산사태로 2명이 숨진 충남 논산의 추모원.
뒤쪽에 놓인 임도 곳곳에서 터진 산사태가 추모원을 덮쳤습니다.
이번 장마뿐 아니라 임도에서 비롯된 산사태는 큰 비 때마다 반복돼왔습니다.
지난 2020년 39건의 산사태가 발생한 충북 충주 상산마을.
조사 결과, 임도 아래쪽에 27곳이 무너졌고 임도 위쪽이 무너진 곳은 9곳이었습니다.
임도와 관련없는 산사태는 단 3건에 불과했습니다.
산속 경사지에 폭 3m의 임도를 내려면 산을 깎는 '절토'를 해야 하고 바깥쪽은 흙을 쌓는 '성토'를 해야 합니다.
비가 많이 올 때 배수가 잘 안 되면 물이 고이고 모여서 흐르면서 산사태에 취약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병성/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장]
"산에 그냥 나무가 그대로 있을 때는 이 경사면을 따라 지반이 안정돼 있고 산사태 위험이 거의 없는데 이것을 절개하고 도로를 이렇게 놔버리면 (위험합니다.)"
목재를 수확하는 벌채도 산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이번 장마에 산사태 피해를 입은 예천군 수한리.
다른 산지와 달리 나무가 없는 산 중턱 곳곳에서 토사가 쓸려 내려왔습니다.
몇 해 전 나무를 모두 베어낸 곳인데 중장비를 투입하려고 냈던 산길 주변도 곳곳이 터져나갔습니다.
벌목지 한가운데 산사태 현장입니다.
커다란 바위와 엄청난 양의 토사가 흘러내렸는데요.
바로 앞에는 마을이 있어서 자칫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었던 상황입니다.
[이윤석/경북 예천군 수한리 주민]
"(산사태 원인이) 나무도 없잖아 있을 것이고 (산에 놓은) 길을 갖다가 메워줘야 하는데 그걸 안 메워주는 바람에…"
임도와 벌목지에서 산사태가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산림청은 모두 다 '호우로 인한 산사태'로만 집계할 뿐, 원인을 따져보지 않으니 새로운 해결책도 안보입니다.
산림청은 산불 진화용 임도를 2027년까지 매년 500킬로미터씩 추가로 설치할 계획입니다.
벌채 사업도 오래된 나무를 베고 어린나무를 심어야 탄소흡수 효과가 높다며 지속할 방침입니다.
[최병성/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장]
"산림청과 산림 벌목상과 그다음에 육묘상과 산림조합 등의 먹거리를 위해 이 산림 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토와 산림과 산주를 위한 정책은 전혀 아니다라는 거죠."
임도의 구조 개량, 배수 등 설계기준 강화, 해법도 그대로입니다.
기후재난이 현실화된 만큼 이제는 임도와 벌채의 손익을 다시 따져봐야 합니다.
임도는 집중호우에 견디도록 설계빈도를 바꿔 꼭 필요한 곳에만 만들고, 이른바 '싹쓸이 벌목'은 재검토하는 등 산림 관리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한지은 / 영상편집 : 김민지 / 영상제공 : 최병성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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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민욱
임도·벌목지에서 시작한 산사태‥산림 정책 바꿔야
임도·벌목지에서 시작한 산사태‥산림 정책 바꿔야
입력
2023-07-31 20:20
|
수정 2023-07-3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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