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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MBC] 두 초임교사의 죽음‥이 학교에선 무슨 일이

[제보는 MBC] 두 초임교사의 죽음‥이 학교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23-08-07 20:22 | 수정 2023-08-0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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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2년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사이 두 명의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스물다섯, 스물셋, 두 사람 모두 처음 발령받은 학교였고, 바로 옆 반의 담임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교대를 막 졸업한 어린 교사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유가족들은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두 교사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해 달라고 했습니다.

    차주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2016년 신규교사 임명식]
    "임명장 이영승. 초등교사에 임함. 의정부 00초등학교 근무를 명함."

    스물다섯 이영승, 스물셋 김은지.

    교대를 갓 졸업한 두 청년은 같은 학교에 발령받았습니다.

    4~5년차가 된 2021년엔 5학년 3반과 4반 담임을 나란히 맡았습니다.

    그해 6월, 김은지 선생님은 목숨을 끊었습니다.

    12월엔 이영승 선생님도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두 초임교사는 첫 학교에서 무슨 일을 겪었던 걸까.

    김은지 선생님은 발령 한 달 만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고 김은지 부모]
    "학생들이 서로 뺨 때리면서 막 치고받고 싸우는 걸 보고 애가 충격을 먹어서... 그 뒤로 집에 와서 자기 침대에 앉아서 계속 '그러면 안 돼. 그러면 안 돼.'"

    사직서를 냈지만 학교는 만류했고, 담임 대신 음악 전담 교사로 발령했습니다.

    [김은지/2017년 음악전담 교사 당시]
    "소프라노가 (촛불을) 켭니다. 이제 셋 다 켜고 있겠죠."

    하지만 1년 뒤부턴 다시 담임을 맡아야 했습니다.

    [고 김은지 아버지]
    "퇴근해서도 학부형들한테 전화받는 것도 수시로 봤거든요. 애가 어쩔 줄 몰라서 '죄송합니다'. 굉장히 전화받는 걸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학생들 사이의 폭력, 수업보다 어려운 생활지도와 학부모 민원에 병은 깊어갔습니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체육 전담이라도 상관없다.'

    혼자서 견뎌내던 고통을 이렇게 일기에만 남겼습니다.

    [고 김은지 아버지]
    "이때는 이미 우울증이 발병된 이후거든요. 그래서 담임 맡는 거를 아주 굉장히 너무 부담스러워하고 힘들어했었어요."

    정신과 치료와 몇 차례의 병가.

    하지만 5학년 담임을 맡은 지 4개월째, 김은지 선생님은 더이상 견뎌내지 못했습니다.

    [고 김은지 어머니]
    "'엄마, 자기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학교 문제다.'라고, 다른 얘기 일절 없었어요. 그래서 '학교 문제 뭔데?' '여러 가지다.'"

    이영승 선생님도 부임 첫해 담임을 맡은 반에서 사고가 났습니다.

    [고 이영승 아버지]
    "페트병 자르기 하는데 어떤 애 하나가 손을 다쳤어. 그러니까 이 학부모한테 또 시달렸어. 뭐 성형수술을 해야 된다느니..."

    이듬해 휴직하고 군입대를 했지만, 학부모의 보상 요구는 계속됐습니다.

    학교는 입대한 선생님에게 책임을 미뤘습니다.

    [고 이영승 아버지]
    "군대까지 전화하고. 학교에서 그랬다니까요. 연락하라고. 애한테 해결을 하라고. 전화를 안 오게 하든가, 뭐 돈을 주든가 치료비를 주든가."

    5학년 담임을 맡은 2021년, 동시에 여러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교무부장 (음성변조)]
    "사실은 학급에서 따돌림 같은 것도 있어서 상담도 많이 했었고. 그다음에 그 반에 한 명이 장기 결석한 애가 있어요."

    학교에 안 나오는 한 학생 부모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만 4백 건에 달합니다.

    [당시 학년부장 (음성변조)]
    "학생을 안 보내니까 수시로 통화를 해야 되고, 관리를 해야 되고. 또 그분이 호락호락하게 '예, 예.' 했을 리도 없고..."

    따돌림을 받는 학생 부모는 더 힘들었습니다.

    '아이들끼리 조를 짜게 하지 마라.'

    '익명채팅창으로 공격을 받는다.'

    따돌림을 해결하는 것도 담임 몫이었습니다.

    급기야 이 학부모는 교감을 만난 뒤 직접 교실까지 찾아왔습니다.

    [민원 학부모 (음성변조)]
    "'왜 얘만 이렇게 당해야 되고, 그리고 선생님은 그거 아시면서도 왜 맨날 그렇게 처리를 하셨냐.' 제가 요구한 건 단 하나였어요. 공개 사과해 달라고."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공개사과까지 시키는 건 힘들다'고 답했습니다.

    학폭위를 열겠다며 화를 내는 학부모에게 죄송하다는 말밖엔 할 수 없었습니다.

    [민원 학부모 (음성변조)]
    "제가 욕은 안 했지만 엄청 화를 내고 있었을 거예요. '선생님은 그럼 그 아이들의 선생님이기만 하고 우리 아이를 버리셨냐고.' 그 말에 조금 상처를 받으신 것 같기는 했는데... "

    그리고 다음날 새벽, 이영승 선생님은 '이 일이랑 안 맞는 거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마지막 글을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고 이영승 아버지]
    "'문제 있는 학부모다.' 그거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뭐 '담임하고 해결하시오. 담임하고 하시오.'"

    초임교사 2명이 6개월 간격으로 목숨을 끊었는데도, 경기도교육청은 MBC 취재 전까지 이 사실을 몰랐습니다.

    학교가 교육청에 보고한 사망원인은 두 명 다 단순 추락 사고였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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